• 번호 : 54386
  • 글쓴이 : 서성구
  • 작성일 : 2018/05/06
  • 조회수 : 552

미사때 오르간 대신에 피아노로 반주하면 교회법에 위배되는지요?

찬미예수님!

운산성당의 나자로입니다.

저희 본당은 시골의 자그마한 성당으로 신자수가 주일에 200명을 넘지 못하는

작은 성당입니다.

오르간이 하나 있지만 늘 소리가 불안정하고 A/S 받기가 힘들고 그렇다도 다시 구입하기에는

너무나 열악한 재정을 가지고 있답니다.

미사때에 반드시 오르간으로만 반주해야 하는지요?

지금은 다른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피아노라는 악기도 없었거니와 이렇게 대중화되지 않았기에

교회에서 연주할 일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시대가 많이 변했고

무엇보다 구입이 빨리 가능하고 대체가 좋고 A/S가 수월한 

피아노가 몹시 그립습니다.

성당은 무서운 속도로 노후화되고 있습니다.

미사예식도 중요하지만 예식을 빛내어줄 찬양 역시 소중하기에

이렇게 알지 못하는 작은 신자의 바램을 올려 봅니다.

좀 더 재밌게 활기차게 미사시간을 갖고 한 주를 시작하고 싶습니다.

피아노는 어떤지요....?


댓글/Comment

관리자 2018.05.25 11:06

찬미예수님!
서성구 형제님께서 문의하신 내용에 대한 답변입니다.
답변은 성음악을 전공하신 신부님께서 직접 해주셨습니다.

전례에 봉사하기 위하여 어떤 악기를 사용하기 이전에 성음악의 역할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립니다.
다음은 한국천주교 성음악 지침서 13, 14항의 내용입니다.

13. 전례주년의 부활 시기와 그 전례의 핵심인 파스카 신비로 이끌어 주는 성주간의 거룩한 예식, 그리고 견진, 성품, 혼인, 성당이나 제대의 봉헌, 장례 등과 같은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는 성사와 준성사 전례는 가능하면 노래로 거행하여, 예식에 장엄성을 더하고 사목적 효과를 더 크게 내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장엄함을 이유로 세속적이거나 또는 경신례에 적합하지 않은 요소를 거행에 도입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성음악 훈령 43-44항 참조).

14. 전례 거행의 장엄성은 화려한 형식의 노래나 웅장한 예식이 아니라, 오히려 전례 거행 자체의 온전함을 중요하게 여기고 각 부분을 그 고유한 본질에 알맞게 수행하는 합당하고 경건한 예식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만일 화려한 형식과 웅장한 예식이 전례 일부의 생략, 변경, 부적절한 거행을 야기한다면, 전례의 진정한 장엄성에 어긋나는 것이다(성음악 훈령 11항 참조).


성음악은 하느님의 예배(culto divino)를 거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음악을 말합니다. 4항 a), 성음악 훈령(Musicam Sacram), 1967
성음악은 전례의 봉사자로써 전례의 부분이 되어야 하고, 전례의 겸손한 시종이 되어야 합니다. 23항, ISTRUZIONE SULLA MUSICA SACRA(성음악의 지침)
이러한 면에서 악기를 사용할 때, 우리는 더 비싸고 좋은 악기를 사용하기 이전에 이 악기가 전례에 봉사하기 맞는지에 대해 먼저 고민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악기 사용에 관한 성음악 규범(MUSICAE SACRAE DISCIPLINA, 1955)이란 문헌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58. 이 규범들은 오르간이나 다른 악기들을 이용할 때 적용되어야 합니다. 교회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는 악기들 가운데 ‘오르간’은 특히 성가와 거룩한 예법에 알맞기 때문에 당연히 으뜸 자리를 차지합니다. 오르간은 교회 예식에 놀랄 만한 화려함과 특별한 장중함을 더하여 줍니다. 그것은 장중하고도 부드러운 음색으로 신자들의 영혼을 감동시키고, 사람들에게 천상의 기쁨을 가져다 주며, 하느님과 더욱 고귀한 것들에 정신을 힘차게 고양시킵니다.

59. 오르간 이외에도, 성음악의 고귀한 목적을 이루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악기들이 있습니다. 단, 이 악기들은 세속적인 것, 귀에 거슬리거나 시끄러운 것, 거룩한 의식이나 품위 있는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것은 연주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러한 악기들 가운데서도 특히 바이올린을 포함한 ‘현악기’들은 홀로 연주되거나 다른 현악기나 오르간과 함께 연주될 때, 형언할 수 없는 힘으로 영혼의 기쁨과 슬픔을 표현하기 때문에 더욱 두드러집니다. 덧붙여, 저는 회칙 “하느님의 중개자”(Mediator Dei)에서, 가톨릭의 예배에 받아들여야 할 음악 양식들에 관하여 자세하고 명확한 규정을 제시해 놓았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의 중요한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전례 악기 중에서 단연 으뜸을 차지하는 것은 오르간(특히 파이프 오르간)이라는 것과 오르간 이외에 다른 악기를 사용할 때는 신중하게 검토하여 사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르간은 건반 악기 이면서 관악기에 속합니다. 바로 ‘바람을 불어 넣어서 소리를 내는 악기’라는 것이죠. 각 파이프를 거쳐서 나오는 소리는 높고 낮은 음과 강하고 작은 소리, 밝고 어두운 소리, 날카롭고 부드러운 소리 등 무수히 많은 음색을 가지도록 합니다. 즉, 오르간은 “지속적으로 울리는 다양한 소리의 색깔을 통하여 여러 성부를 연주할 수 있는 악기"로써 음색이 사람의 목소리와 비슷하고 다양한 소리를 조화롭게 쓸 수 있기에 전례에 적합하다는 것이지요.
물론, 오늘날 성당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 오르간은 전자오르간(전자오르간은 파이프에서 나오는 소리, 즉 음원을 컴퓨터를 통해 디지털 부호로 재인식시켜 칩에 정장한 뒤 스피커를 통해 소리나게 하는 것)으로 구조가 파이프 오르간과는 많이 다르지만 소리를 내게하는 그 효과는 파이프 오르간과 흡사합니다.
그런데, 피아노는 오르간과는 달리 건반 악기 중에서도 타악기에 속합니다. 바람을 불어서 소리를 내는게 아니라 현을 때려서 소리를 내는 악기로써 그 음색이 잘못하면 강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피아노는 많은 음악성을 표현해 내는 훌륭한 악기이지만 전통적으로 전례에서는 배제되어 왔습니다.

한국 천주교 성음악 지침서를 보면 오늘날 악기 사용에 대해 큰 관용을 보이는 것 같지만 문헌을 자세히 살펴보면 악기 사용에 대해 얼마나 큰 신중함을 가져야 하는지 나와 있지요. 잠깐 살펴보겠습니다.

16. 하느님 말씀의 거행과 대중 신심에서 신자들의 신앙심을 길러 주는 데에도 성음악은 매우 효과적이다. 하느님 말씀의 거행에서는 미사의 말씀 전례에 관한 규정에 따라 음악을 사용해야 하며, 대중 신심에서는 시편, 고대와 현대의 성음악, 종교적 공동체 성가, 오르간 연주나 민속 고유의 악기 연주 등 다양한 형식의 음악을 좀 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성음악 훈령 46항 참조). 이 모든 것은 지역 직권자에게 유보되어 있다.

오르간과 다른 악기의 사용
31. 거룩한 전례에서 노래 반주나 독주를 위하여 악기는 매우 유익하게 사용될 수 있다. 그 가운데에서 오르간은 전례를 더욱 풍요롭게 하고 신자들의 신심을 하느님께 더욱 드높이 들어 올리게 한다.
다른 악기들은 지역 직권자의 판단과 동의에 따라, 성전의 품위에 알맞고 예배의 아름다움에 기여하며 신자들의 교화에 도움이 된다면 허용될 수 있다. 이때 지역 직권자는 민족의 문화와 특성을 고려하고, 모든 전례 거행이나 대중 신심에서 세속적인 악기들이 무분별하에 사용되지 않도록 지도해야 한다(전례 헌장 120항; 성음악 훈령 62-63항 참조).
한국 교구들에서는 관악기, 현악기도 사용할 수 있다. 금관 악기와 타악기는 특별한 경우에 신중하게 검토하여 사용한다. 다만 참으로 거룩한 목적에 알맞아야 한다.

악기의 역할
32. 악기 사용은 신자들의 노랫소리를 뒷받침하고 예식의 참여를 쉽게 하며 회중의 일치를 도모하는 데 유익하다. 그러나 그 음향이 신자들의 노랫소리를 압도하거나 가사 이해에 혼란을 주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사제나 봉사자가 자기 역할에 따라 큰 소리로 노래하는 부분에서는 악기를 연주하지 말고 침묵을 지켜야 한다(성음악 훈령 64항 참조).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피아노를 전례 악기로 사용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례의 의미를 알고 그 봉사의 도구로써 악기를 사용할 때 타악기인 피아노보다는 관악기인 오르간과 비슷한 악기를 사용하도록 권하고 싶습니다. 더구나 전례에 봉사하는 악기는 한 사람이 다루는 것이 아니라 많은 봉사자들이 연주하는 것이기에 전례 악기에 대한 더욱 명확한 기준과 판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