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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관리자
  • 작성일 : 2018/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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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대전교구 설정 70주년(2018년 5월8일) 기념미사 교구장 강론

루르드의 성모 마리아님, 대전교구 시노드를 맡겨드립니다.

루르드의 성모 마리아님, 대전교구 시노드를 맡겨드립니다.

 

오소서 성령님,
사랑하는 대전교구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은 어버이날입니다. 단지 어버이날만이 아니라 늘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18년 5월 8일, 오늘 우리는 대전교구 설정 7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교황청의 윤허를 받아, 희년 전대사를 선포하는 대전교구 70주년 축하미사에 교회를 세우시고 이끄시는 성령(요한 16,7)께서 함께 하시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이 미사가 오늘 이 순간까지 성령의 역사를 되새기며, 대전교구의 앞길을 우리 함께 다짐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1. 대전교구의 탄생과 원 주교님의 희생
현재의 대전교구는 1948년 오늘, 대전지목구로 설정되었고 이후 대목구를 거쳐 독립교구로 성장하였습니다. 이러한 우리 교구의 역사는 한국 교회사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먼저 우리 교구의 초대 교구장이신 라리보 아드리아노 원형근 주교님을 기억합니다. 원 주교님은 대동아전쟁이 끝날 무렵, 종교탄압의 일환으로 일본인 교구장을 임명하려는 일본의 의도에 맞서, 노기남 대주교님께 서울교구장 직분을 물려주신 분입니다. 은퇴하신 후 용산 보육원에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사시다가 다시 어려운 충청남도 지역에 새로 설립된 대전교구의 초대 교구장을 수락하셨습니다. 이 과정은 당시 65세의 원 주교님께도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원 주교님은 “저의 첫 번째 응답은 이 무거운 짐을 거절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감당하기에는 불가능해보였고, 그 책임이 너무 무거웠기 때문입니다.”라고 편지를 쓰셨습니다. 그러나 원 주교님은 순명의 덕으로 이를 수락하였습니다. “이미 이루어진 결정이 하느님의 뜻에 의한 것이라면 해낼 수 있으리라는 것을 저는 압니다.”라는 편지 구절에서 원 주교님의 고뇌와 다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대전교구가 원 아드리아노 주교님의 교회에 대한 순명과 복음 선포에 대한 강한 열망, 굳은 순교 정신 위에 세워진 교구임을 우리는 언제나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한편, 70년의 기간에 비해, 우리 대전교구는 크게 성장하였습니다. 현재 대전교구는 사제 380명, 본당 142, 신자 324.998명, 인구 대비 신자비율은 8.4%인 교구의 모습을 지닙니다. 1948년 대전교구 설립 당시 본당 14, 사제 19명, 18.000여명의 신자가 있었음을 기억할 때 감사할 뿐입니다. 70년의 기간동안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그중 한반도 전체를 강타한 전쟁의 비극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 교구에서만, 1950년 6,25 전쟁 중에 24분의 사제들 중에 10분이 순교를 하십니다. 막 시작한 대전교구에 엄청난 손실이었습니다. 그러나 전쟁은 힘들고 지친 형제자매들이 교회에 기댈 수 있는 시간을 주었습니다. 우리 대전교구도 전쟁 기간 중에 해외각국으로부터 우리나라에 도착한 구호물품을 교회를 통해 분배하였고, 이러한 도움을 받은 많은 분들이 세례를 받는 일도 많았습니다. 당시의 입교인들을 일부에서는 ‘밀가루신자’라고 부르며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신앙의 시각으로 바라볼 때, 환경과 사람에 따라 서로 다른 방법과 길을 통하여 당신께로 인도하시는 하느님의 활동이었다고 고백하게 됩니다.

2. 대전교구의 뿌리, 순교정신
한국 교회사의 가장 큰 특징은 선교사의 도움 없이 신앙이 수용된 데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특징이 선교사의 도움 없이 교회가 성장할 수 있었음을 말해주지는 않습니다. 한국 교회의 성장에는 잔혹한 박해를 인지하고도 ‘순교’의 정신으로 선교사의 길을 끝까지 걸었던 분들의 피가 있었습니다. 특별히 원 주교님이 속했던 파리 외방전교회 신부님들의 헌신적인 사목활동과 순교는 우리가 끝까지 기억해야 할 우리 교구의 유산입니다.
순교를 기억할 때 우리는 해미, 홍성, 공주 등에 새겨진 피도 기억해야 합니다. 다른 교구에 비해 우리 교구에는 무명의 순교자들이 아주 많습니다. 사회적 지위가 높지도 않았던 그들은 그리스도교 진리와 사랑을 삶으로 온전히 살아냈습니다. 그 분들은 긴 기간 박해를 피하고, 교우촌을 통해 신앙을 서로 복돋우며 하느님 나라를 ‘오늘 여기서’ 경험한 분들입니다. 내포 지역 교우촌에 관한 기록이나 선교사들의 편지에서 우리는 놀라운 기록들을 발견합니다. 이는 성경에 나타난 신앙공동체의 모습이 발견된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그리스도교 신앙을 입으로만 고백하지 않고, 온 삶으로, 죽기까지 고백하고 증거했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며 신분을 뛰어넘는 형제애를 실천하였고, 섬김과 나눔과 생명의 문화를 꽃피웠습니다. 그리고 박해로 인해 사제가 없는 기간 동안 교회를 지켜냈습니다. 평신도들의 이와 같은 헌신적이고 모범적인 신앙의 모습이 선교사들의 노력과 맞물려 한국 교회를 성장시킨 뿌리를 이루었습니다.

3. 순교영성과 복음화 위에 세워진 대전교구 시노드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대전교구는 이처럼 순교영성의 바탕 위에 서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관심 있게 봐야 할 점은 순교자들의 삶에서 이룩된 복음화의 결실입니다.
교회 기록을 보면, 여러 곳에서 교우촌을 이루고 살았던 신자들의 삶이 주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장면이 나옵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베푸는 온정과 형제애뿐만이 아닙니다. 고리대금이 유행하던 시기에 이율을 낮추어 받고, 욕설을 하지 않으며, 집안에서 일하는 낮은 사람들에게도 친절하게 대하는 그들의 삶이 비신자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심지어 자신을 밀고하고 같은 감옥에 갇힌 밀고자에게 자신들의 옷을 벗어 주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보고 개종한 포졸들의 기록도 있습니다. 오늘 사도행전(16,22-34)의 바오로와 실라스도 감옥에서 달아날 기회가 있었지만, 간수들을 배려하며 세례를 주는 장면이 있듯 말입니다.
이러한 기록은 순교영성과 복음화의 연결고리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교회에게 선교는 일차적이며 본원적인 사명입니다. 그리스도교의 진리를 선포하여 신앙을 받아들임으로써 구원에 이르도록 노력하는 일이 선교입니다. 이러한 선교는 교회 안에 신자수를 늘리는데 최종적이며 일차적인 목적을 두지 않습니다. 여러 교회문헌에서 분명하게 나타나듯, 선교를 통한 복음화의 정수는 그리스도교 복음이 해방과 진리의 힘을 발휘할 때 실현됩니다. 그리고 우리 선조들과 선교사들의 삶이 이러한 선교와 복음화를 순교영성으로 살아낸 가장 뛰어난 모범을 보여줍니다.
 
바로 이와 같은 이유에서 대전교구는 교구 설정 70주년을 기념하여 진행하는 시노드의 두 축을 ‘순교영성’과 ‘복음화’로 정했습니다. 교회사에 빛나는 순교영성을 물려받은 후예로서 대전교구가 짊어진 과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모두가 잘 알고 계시듯이, 2018년도 교구 사목지표가 “교구 시노드를 살고, 복음의 기쁨을 전하는 공동체가 됩시다!”입니다. 이 지표아래 시노드는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이 자리를 빌려 여러분께 전합니다. 특별히, 한정현 시노드 사무국장 신부님과 사무국의 신부님들, 직원님들, 봉사자님들과 대의원 여러분들에게 고마움의 인사를 드립니다.
우리 교구의 시노드는 이미 과거의 다른 교구의 시노드들과 차별성을 보이며 전개되고 있습니다. 6개 분과로 나누어 분과별 회의가 진행되고, 주어진 의제에 따라 800여명의 대의원이 한 달에 두 차례씩 회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일과 헌신은 우리를 한 자리로 이끄시고, 교회 개혁의 열망을 불러일으키시는 성령의 활동임을 고백하게 하는 장면입니다. 시노드의 어원처럼, 함께 걸어가는 이 길에 성령께서 함께 하시어, 대전교구가 쇄신될 뿐 아니라 한국교회가 가야할 쇄신의 길을 모범적으로 보여주는 교구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복음화의 모범을 매순간의 삶 안에서 순교영성으로 증거하신 신앙선조들의 전구가 우리 모두의 앞길을 비추어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이제 앞으로 시노드는 분과회의를 통하여 교구 하느님 백성들의 소망과 뜻을 모을 것입니다. 의안에 대하여 모아진 자료들을 종합 검토하여 대전교구 시노드 문헌이 발표될 것입니다. 이 문헌의 내용들을 사목에 옮기는 것이 교구가 나아갈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노드 문헌을 실행에 옮기기 위하여 필요한 모든 조치, 즉 교구의 구조까지 개편하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4. 대희년 전대사와 ‘70주년’의 의미
참으로 감사하고 놀랍게도,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저희 교구의 70주년을 맞아 오늘부터 2019년 5월 7일까지 “대전교구희년”을 하락하셨고, 전대사의 특별은총을 윤허해주셨습니다. 희년은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며, 사랑을 나누고 실현하는 가운데 자비로운 하느님을 서로의 얼굴에서 마주보는 귀한 시간입니다.
이러한 희년과 전대사의 의미를 깊이 새기며, 특별히 최근 진행된 남북정상회담의 의미를 되새기며, 교회가 나가야 할 길을 생각합니다.
전 세계의 우려와 일촉즉발의 긴장이 사라지고, 평화의 봄기운이 스며드는 요즘입니다. 교회가 늘 기도하던 바를 하느님께서 들어주셨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는 기적의 시간입니다. 또한 이 시간은 이제 교회가 할 일이 더욱 막중하게 다가오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한국 근현대사의 왜곡은 오늘 이 순간에도, 우리 삶의 모든 순간을 지배합니다. 재벌 갑질뿐 아니라 사회전반에 퍼진 비합리적인 병폐와 부조리한 모습이 양심과 원칙을 배반하는 문화를 만들어냅니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그리스도교적 가치를 실현하며 나눔과 섬김, 정직과 공동선을 추구하는 일은 무모하고 실현 불가능한 허상으로 보일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 뿌리가 우리나라의 분단과 깊은 관련이 있음을 봅니다. 분단과 그로 인한 긴장이 안정과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많은 희생과 부조리를 얼버무리며, 우리 삶을 지배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제 시작된 평화의 물결은 이러한 뿌리를 원인에서부터 제거하는 순간이 왔음을 의미합니다. 이제 교회는, 특별히 대전교구는 사회복음화의 정신으로 증거의 삶을 통하여 진정한 변화와 번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특별히 마음을 열고 함께 성령의 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우리 교구에는 세종 정부종합청사에는 행정전문가들이, 대덕연구단지에는 과학기술의 향방을 결정하는 전문가들이 모여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앞날을 결정한 두뇌가 모여 있습니다. 우리 교구가 하느님의 말씀이 진정한 기쁨과 평화를 가져다주는 진리임을 증거해야 합니다. 이럴 때만이 한국 교회와 세계교회, 한국사회와 지구촌이 그릇된 허상에서 벗어나 정의와 평화가 강처럼 흐르는 하느님 나라를 향한 대장정으로 돌아설 수 있을 것입니다.

시노드는 이러한 대전환을 위해 대전교구에게 주어진 과제입니다. 시노드를 통해 교회의 사회적 책무를 온전히 모범적으로 드러내며, 사목활동을 통해 실현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기심과 탐욕, 무한경쟁에서 이기기만을 바라는 닫힌 마음을 열고,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사는 문화를 건설해야 합니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사도 20,35)는 말씀을 실현할 때에 가능해 집니다.
시노드를 이끄시는 성령께서 한국교회를 이끄시어 한국교회가 세계평화와 발전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온전히 수행할 지혜와 능력을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한국의 모든 순교성인들의 전구를 청합니다.
”성령님, 교회가 선포하고 신자들이 증거하는 삶을 통해 하느님의 말씀이 기쁜 소식임을 드러내게 우리를 이끌어주소서.
루르드의 성모 마리아님, 대전교구 70주년을 기억하는 오늘, 우리들의 장한 선조들인 순교자들의 삶과 죽음을 기억하는 우리가 용기와 희망을 품고 증거자의 길, 순교자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전구하여 주소서.
평화의 모후시여, 한반도의 진정하고 확고한 평화를 빌어주소서.“

 천주교대전교구장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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