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12-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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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은 사귐의 대상

말씀은 사귐의 대상

 

앞에서 말씀을 받아들이는 것이 음식 먹는 것과 비슷한 점이 있다고 했습니다. 정말 말씀의 은혜를 받는 데에 성경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마치 음식을 맛있게 잘 먹기 위해서 앞에 놓인 음식의 영양에 대한 지식이 필요 없는 것과 같습니다. 그냥 ‘감사한 마음’으로 ‘꼭꼭 씹어’ 먹으면 됩니다. 말씀도 ‘나에게 주시는 하느님의 말씀’으로 내 안에 받아들인다는 믿음으로 읽고 쓰는 그 시간에 집중하면 됩니다.

 

사람들이 예수님 앞에 데려온 중풍병자를 향해 “네 평상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거라.” 하시자 그가 즉시 일어나 집으로 갔고(마태 9,1-7) 죽어서 무덤에 묻힌 라자로에게 “라자로야, 이리 나와라.” 하시자 그 말씀을 듣고 그가 무덤 밖으로 걸어 나왔습니다.(요한 11,43-44) 중풍병자가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병을 털고 일어날 때, 그리고 죽은 라자로가 무덤에서 걸어 나올 때 그들이 말씀과 어떤 관계에 있었는지 생각하면 됩니다. 중풍병자는 예수님이 치유해주실 수 있다고 믿었고, 라자로 역시 그에 관한 성경말씀들을 보면 주님에 대한 믿음이 확고했습니다. 중풍병자는 친구들의 도움으로 예수님 바로 눈앞까지 갑니다. 라자로는 이미 죽었기에 더 이상 예수님을 받아들일 의지를 발휘할 수 없었지만 예수님께서 그의 믿음을 아십니다. 말씀이 우리 안에 들어오시면 이렇게 우리를 치유하시고, 새 생명을 주십니다. 우리에게 이런 단순한 믿음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떤 사람과 깊은 친교를 이루고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면, 그가 자주 생각나고 그가 잘 되기를 바라고 그를 기쁘게 해 주고 싶고 그와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싶어집니다. 그 사람을 그리워하고 그 사람에 대한 갈증을 느낍니다. 그 사람이 내 안에 사는 것과 같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내가 그 사람 안에 있고, 그 사람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이 이루어집니다. 특별히 요한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이런 뜻의 말씀을 여러 차례 하셨습니다. 다음 말씀들을 들어봅시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6,56)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고 내가 아버지 안에 있다는 것을 너희가 깨달아 알게 될 것이다.(10,38)

그날, 너희는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또 너희가 내 안에 있으며 내가 너희 안에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14,20)

 

우리는 예수님과 이러한 인격적인 친교를 이루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무엇보다 먼저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듯이 그분께 자주 시간을 내드려야 합니다. 묵주기도는 하느님의 아들이 인간이 되시어 하느님 나라를 알려주시고 우리를 위해 죽으시고 부활하시어 영원한 생명의 은총을 주신 신비에 잠기는 기도입니다. 성체조배는 우리를 위해 당신 자신을 내어주신 예수님의 실체 앞에 그분과 함께 머무는 시간입니다. 성경을 자주 읽고 써 보는 것은 그 이야기가 비록 오래된 일이라 해도 그분은 그 모든 일을 기억하시고 지금 살아계신 분이기에 또 다른 모습으로 지금도 이루어질 수 있는 그분의 행적과 말씀을 내 마음에 새기는 일입니다. 미사는 이 모든 것을, 구원받은 백성 공동체가 교회의 전례 안에서 함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는 거룩한 시간입니다.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웃을 돕고 위로해 주려고 나선다면 그것은 그분이 주신 단 하나의 계명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는 말씀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이런 소중한 일들이 모두 주님께 시간을 내어 드리며 그분께 가까이 가는 길이 됩니다. 우리 각자 돌아봅시다. 나는 예수님께 얼마나 시간을 내어 드리고 있는가? 그리고 마치 음식을 먹고 영양을 섭취하여 육신의 생명을 살듯이, 그분께 내어 드리는 이러한 시간들을 얼마나 규칙적으로 하고 있는지.

 

주님은 나를 사랑하시기에 나에게 모든 것을 내주셨고 항상 당신에게 다가올 나를 기다리십니다. 주님께서 지극한 사랑으로 당신 목숨까지 내어 놓으시고 우리를 위해 이루신 구원업적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결코 헛되지 않는 것보다 그분이 더 원하시는 것이 있겠습니까? 주님께 시간을 내어 드리며 그분과 점점 더 깊은 친교를 이루어갑시다. 한 주간을 돌아보면서, 내 취미를 위해 쓰는 시간 적어도 그만큼은 예수님께 내어 드리고 주님의 말씀 앞에 머물며, 나를 친구라고 불러주신 그분과 사귀는 시간을 가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