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02-26 00:00:00

2006년 성탄 메시지

2006년 성탄 메시지

 

어두움을 밝히는 빛이 되십시오!


 

주님 안에 사랑하는 사제, 수도자, 교형 자매 여러분!

 

우리를 극진히 사랑하시는 주님께서 우리와 똑같은 모습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셨습니다. 주님의 성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우리는 지난 대림시기에 마치 2,000년 전으로 돌아가 주님의 탄생을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 그 뜻을 깊이 묵상하며 지냈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이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 되어 오신 강생의 신비는 곧 하느님 사랑의 신비입니다. “예전에는 예언자들을 통하여 여러 번에 걸쳐 여러 가지 방식으로 조상들에게 말씀하셨지만, 이 마지막 때에는 아드님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히브 1,1-2)라는 말씀처럼 하느님께서는 당신 외아들을 우리에게 보내주시어 하느님의 사랑이 어떠한 것인지를 보여주셨습니다. 사랑은 단지 상대에게 많은 것을 해 주는 것도 아니고, 많이 가진 사람이 적게 가진 사람에게 베푸는 자선행위도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보여주신 참사랑은 이웃의 고통과 아픔을 함께 하는 데에서 출발합니다. 우리가 이웃의 기쁨과 고통을 함께 한다면, 그 이웃과 무엇을, 얼마나 나누어야 하는지 주님의 성령께서 인도해 주실 것입니다.

 

 

주님 안에 사랑하는 여러분!

 

당신의 아들까지 아낌없이 우리에게 내어주시는 하느님의 큰 사랑을 우리가 어디서 보고 배울 수 있겠습니까? 성경은 바로 하느님 사랑의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해부터 교구 사목지표를 “순교신앙으로 선교하는 해”로 삼으면서 우리 모두 진정으로 하느님을 따르고 예수님을 닮기 위해 성경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생활화 할 것을 거듭 강조해 왔습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요한 8,32)라는 가르침대로 진리이신 말씀은 우리를 진정으로 자유롭게 해 주며, 성덕으로 나아가게 해 주고, 항상 기쁨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이루게 해 줍니다.

 

또한, 순교 신앙을 교회의 소중한 자산으로 이어받고 따르려는 우리는 강생의 신비 안에서 순교의 의미를 깊이 묵상해야 합니다. 하느님과 똑같은 분께서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 그리고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필리 2,7-8). 이렇게 강생의 신비는 아들이 아버지의 뜻을 이루기 위해 하늘의 영광을 그리고 지상에서의 생명마저 기꺼이 버리신 순교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강생의 신비를 가장 먼저 받아들이신 성모 마리아는 또한 어떠하셨습니까? 가브리엘 천사의 전갈은 인간으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마리아는 결국 ‘주님의 종’이라는 고백과 함께, 하느님의 일에 자신을 내어주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이 땅에 하느님의 구원사업이 이루어졌습니다.

 

순교는 우리 자신을 하느님의 뜻에 온전히 내어주는 일입니다. 주님의 사도들이 활동하던 초대교회와 우리나라에 복음이 전해지던 초기 교회에, 세상이 복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던 그 때에 주님은 당신의 교회에 순교의 용기를 주셨습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에게 하느님의 뜻에 자신을 온전히 내어 놓은 순교자들과 똑같은 용기로 이 세상 안에서 복음에 따라 살며 증거하기를 원하십니다.

 

복음을 전하고 증거하는 이는 참으로 행복합니다. 그 사람은 이웃에게 복음을 전하기 전에 이미 자신 안에 복음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복음을 전하는 일에는 얼마만큼의 희생이 따를 수도 있지만, 그 희생과는 비교할 수 없는 천상적인 선물이 뒤따릅니다. 복음을 전하는 이는 함께 일하시는 성령을 선물로 받습니다. 이를 위해 성경 말씀에 깊은 관심을 가질 것을 당부 드립니다. 성경에 담긴 하느님의 뜻을 얼마나 잘 이해하느냐 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인간의 능력에 좌우되지 않습니다. “지혜의 시작은 가르침을 받으려는 진실한 소망이다.”(지혜 6,16)라는 가르침대로, 하느님의 말씀을 알고 싶은 진실한 소망을 가진 이에게 주님 친히 그 깊은 뜻을 열어 보여주십니다. 이렇게 하여 강생의 신비와 더불어 우리의 신앙의 핵심인 십자가와 부활 그리고 성체성사의 신비 역시 성경 안에서 올바로 알아듣게 되는 것입니다. 성경 말씀을 잘 이해한다는 것은 물론 말씀에 대한 지식이 풍부해진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하느님께서 펼쳐 오신 사랑의 역사를 알게 되는 것이고, 그 사랑 안에 머물 때 비로소 우리의 생명이 온전히 보존될 수 있음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만일 우리가 하느님께 얼마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존재인지를 알게 된다면, 어떻게 우리의 삶이 감사와 기쁨으로 충만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고통 중에 있는 이웃에게 무관심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 가운데 태어나신 예수님은 ‘임마누엘’ 곧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이토록 당신 자신을 낮추신 주님께서는 우리도 그렇게 살기를 원하십니다. 우리가 자신을 낮추면 우리에 앞서 먼저 당신 자신을 낮추신 주님의 영광을 누리게 되는 것, 이것이 우리도 몸소 누릴 강생의 신비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복음을 전하면서 그들과 하나가 되려 했던 자신의 삶을 이렇게 말합니다. “약한 이들을 얻으려고 약한 이들에게는 약한 사람처럼 되었습니다. 나는 어떻게 해서든지 몇 사람이라도 구원하려고,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었습니다”(1코린 9,22).

 

 

주님 안에 사랑하는 사제, 수도자, 교형 자매 여러분!

 

사랑은 시기하지 않고, 교만하지 않으며, 무례하지 않고, 성을 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성령의 인도를 받아 살아간 사도의 증언입니다. 우리 모두 당신 자신을 지극히 낮추시는 주님께 돌아와 복음으로 무장하여 세상에 만연한 죽음의 문화를 정화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가르치는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스스로 그렇게 사는 사람으로서 시작해야 합니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요한 8,12)라고 선언하신 예수님께서 또한 우리에게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마태 5,14)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 모두 주님 안에서 복음으로 무장되어 세상의 빛으로서의 역할을 기쁘게 다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루카 2,14)

 

 

                                        천주강생 2006년 예수 성탄 대축일에

                                        천주교 대전교구 교구장 주교  유 흥 식 라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