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02-26 00:00:00

2007년 사목교서

2007년 대전교구 사목교서

 

“순교 신앙으로 선교하는 해”

- 기억하고 행하여라 -

 

 

사랑하는 사제, 수도자, 형제․자매님들!

우리는 ‘순교 신앙과 선교’를 주제로, 교구 설정 60주년(2008년)을 은총의 시기로 만들기 위한 둘째 해를 맞았습니다. 장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순교 160주년과 병인순교 140년을 맞았던 지난해에 교구의 하느님 백성 모두가 순교자들을 닮은 후손이 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올해도 ‘순교 신앙과 선교’를 지속시키고 심화시키기 위해 “기억하고 행하여라.”(루카 22,19 참고)라는 말씀을 함께 살아가길 제안하고 당부합니다.

 

 

1. 순교 신앙을 기억하고 선교합시다.

 

먼저 작년의 ‘순교자 현양대회’를 기억합니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께서 사제 서품을 받으신 날인 8월 17일부터 교구를 4지역으로 나누어 각 본당과 수도회를 순회하며 “성 김대건 신부 유해순회기도”를 시작하여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에 솔뫼에서 순교자 현양 대회로 끝을 맺었습니다. 순교자 현양대회는 은총으로 충만한 감격이었습니다. 김대건 신부님의 삶을 보며 우리 모두 함께 울었습니다. 동시에 우리 안에서 자라나는 회개와 희망의 씨앗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금년에도 순교자들의 삶을 본받기 위하여 지난해보다 더 성숙한 모습으로 성지 순례, 순교 체험 등이 적극적으로 실시되어야 합니다. 청소년들의 도보성지순례가 순교자들의  신앙을 체험하는 은총의 시간이었다는 감동적인 체험담을 많은 이들로부터 들었습니다. 더 많은 이들이 도보성지순례를 통하여 순교자들의 장한 삶을 체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각 성지에서도 특성에 맞게 신자들이 순교자들의 신앙을 본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발하시기 바랍니다. 특별히 본당에서 세례성사, 견진성사, 혼배성사를 받기 전에 성지를 순례하는 것도 큰 은총일 것입니다. 또한 외적 행사보다 전인적 영성의 심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목자들의 더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합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귀한 보물이신 순교자들의 정신을 각자에게 주어진 처지에서 살아가도록 합시다. 그리고 그 가장 좋은 방법은 복음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성 대(大) 그레고리오 교황께서는 “사람을 하느님께 인도하는 것은 예술 중의 예술”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복음을 이웃에게 선포하는 이는 ‘최고의 예술인’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복음을 이웃에게 전해줄 수 있을까요?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요한 13,35)라고 예수님께서는 최고의 방법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서로 사랑하는 증거의 삶은 이웃을 하느님께로 인도합니다.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이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복음적 삶을 살아 가족은 물론 주위의 친척과 친구들을 복음화시키고, 자신의 직장을 “직장 교회”로 만드는 것을 보는 것은 아주 큰 기쁨입니다. 왜냐하면 “현대인은 스승의 말보다 좋은 표양을 주는 사람의 말을 기꺼이 듣습니다. 스승의 말을 듣는다면 스승이 좋은 표양을 주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현대의 복음선교」41항). 내 주위의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몇 사람이나 하느님께로 인도했는지 반성해 봅시다.

 

저는 지난해에도 교구의 복음화율을 10%로 만들기 위하여 선교에 열정을 보이자고 말씀 드렸습니다. 많은 본당에서 놀라울 정도의 선교 열매를 맺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아직 더 많은 본당 공동체가 선교를 위하여 기도하면서 다양한 방법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특별히 구역 반 모임과 소공동체 모임은 물론, 각 교회 운동들과 사도직 단체들은 선교에 열의를 다해 주시길 바랍니다.  

 

 

2. 성경 말씀을 기억하고 생활합시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하느님과 함께 하는 삶입니다. 하느님과 함께 하는 삶은 성경 말씀을 따라 살 때 가능합니다. 성경 말씀을 살 때에 우리의 사고와 행동방식이 예수님을 닮아갑니다.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말씀 안에 영원한 현재로 살아 계십니다. 그러므로 말씀을 통하여 우리는 예수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말씀을 생활에 옮기면서 모든 이들과 한 가족이 됩니다. “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이 사람들이다”(루카 8,21).

 

2005년 대림절부터 한국 가톨릭교회에서 번역한 성경을 모든 전례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근래에 성경을 읽고, 공부하고, 필사하는 열의가 신자들 사이에서 증가하는 것은 매우 기쁘고 은혜로운 일입니다. 특히 성경을 필사하는 분들에게서 아름다운 향기를 느낍니다. 하느님 말씀을 정성껏 쓰면서 하느님과 함께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말씀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삶이 시작됨을 발견합니다.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는 이는 모두 자기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슬기로운 사람과 같을 것이다. 비가 내려 강물이 밀려오고 바람이 불어 그 집에 들이쳤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반석 위에 세워졌기 때문이다”(마태 7,24-25).

 

하느님의 말씀을 깊이 받아들여 구체적으로 실천할 때에 가져다주는 결실은 아주 놀랍습니다.

 

말씀은 항상 우리가 <살도록> 만들어 줍니다.

 

말씀은 우리를 항상 <자유롭게> 만들어 줍니다.

 

말씀은 우리가 <성덕으로 나아가도록> 만들어 줍니다.

 

말씀은 우리에게 <기쁨을 가져다> 줍니다.

 

말씀을 살면 <하느님 사업이 이루어> 집니다.

 

말씀을 생활하는 사람은 <모든 것을 얻게> 됩니다.

 

“너희가 내 안에 머무르고 내 말이 너희 안에 머무르면, 너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청하여라.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요한 15,7). 말씀을 살 때에 하느님께서 사랑이시고 또한 아버지이심을 마음 깊이 깨닫게 됩니다. 하늘 아버지께 신뢰하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청하게 되고, 또 청한 것을 실지로 얻었음을 느끼고 감사하게 됩니다.

 

우리 모두 성경 말씀과 깊은 친교를 나누는 삶을 살도록 합시다. 본당에서는 성경에 관한 특강 또는 교육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성경을 생활하는 바탕 위에 소공동체 운동이 활성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신자들은 매일 성경 읽는 좋은 습관을 가지시기를 권고합니다. 가족들이 함께 성경을 읽을 것을 권장합니다. 가족들이 함께 성경을 필사하면 가정이 변화하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나아가 주일의 독서와 복음의 필사나, 성경의 필사도 좋겠습니다. 주일학교와 청소년들의 교육에도 하느님의 말씀과 친할 수 있는 많은 프로그램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말씀과 가까워지고, 특별히 말씀대로 사는 참된 하느님의 자녀, 진실된 그리스도인이 됩시다.

 

 

3. 어려운 이웃을 기억하고 나눕시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 첫 번째 회칙으로「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를 주셨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에 뿌리박은 이웃 사랑은 무엇보다도 신자 개개인의 본분이지만, 또한 온 교회 공동체의 본분입니다. 이는 지역 공동체에서 개별 교회, 보편 교회 전체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차원에서 그러합니다. 교회는 공동체로서 사랑을 실천하여야 합니다”(「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20항).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을 받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사랑으로 이웃을 사랑해야 합니다. 특별히 어려움에 처한 이들 안에서 예수님의 모습을 보면서 구체적으로 사랑하기를 권고합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는 말씀처럼 우리는 이웃을 사랑하면서 하느님을 사랑하게 됩니다.

 

사랑의 실천은 교회의 의무이고, 교회의 자녀들인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살아야 할 중요한 숙제입니다. “사랑의 실천은 성사 집전과 말씀 선포와 더불어 교회의 본질적인 영역 가운데 하나가 되었습니다. 과부와 고아, 죄수, 병자들과 온갖 궁핍 속에 사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랑의 실천은 성사 집전과 복음 선포만큼 교회에 본질적인 것입니다. 교회는 성사와 말씀을 소홀히 할 수 없듯이 사랑의 실천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상동 22항).

 

특별히 우리 신자들이 개인적으로는 물론이고 공동체적으로 이웃 또는 지역 사회와 함께 하는 열린 사람, 열린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는 지난 10월에 있었던 교황청 평신도 평의회 정기 모임에서 “본당은 사회 환경의 변화에 발맞춰 소외된 이들을 맞아들이고 돌보는 공동체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자신의 이웃을 큰 사랑과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서 구체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좋은 이웃이 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교회의 복지 시설이나 지역의 복지 시설을 돕는 일도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실행되기를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직접 도울 수 없을 때에 복지 시설 후원회에 가입하여 교회가 여러분들의 이름으로 대신 봉사할 수 있도록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이웃과 자신의 것을 조건 없이 나누는 기부 문화가 활발해 지기를 바랍니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사도 20,35)는 말씀처럼 여러분 모두가 더 행복한 사람이 되시기 바랍니다.  

 

 

4. 그리하여, 부활의 문화를 건설합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매우 각박하고, 메마르고, 거짓이 많습니다. 물질을 숭상하고, 생명이 경시되고,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는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팽배합니다. 전쟁과 테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지역, 세대 간의 단절과 분리도 경험하고 있습니다.

 

선종하신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는 우리 시대에 일어나는 집단적이고 문화적인 다양한 어두움이 점점 더 온 인류 위에 짙어 가고 있는 현실을, 십자가의 성 요한의 말씀하신 “어두운 밤”에 비교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는, 많은 이들이 예수님의 가르침과 교회의 가르침을 현실과는 동떨어져서 실현하기 어려운 유토피아로 생각하고 있고, 특별히 “어떤 이론이든 상관없이 바람이 부는 대로 휩쓸려가는” 상대주의와 종교 다원주의의 팽배로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윤리적인 원칙이 흔들리고 있음을 안타까워 하셨습니다.

 

이 시대가 죽음의 문화로 덮인 집합적인 어두운 밤의 터널을 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아무리 어둡다 하여도 우리는 부활하신 예수님과 함께 승리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사람이 되시고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의 삶을 구체적인 일상의 삶으로 증거하여 부활과 생명의 문화를 건설하여야 합니다.

성 김대건 신부님의 일생과 우리의 장한 순교자들의 삶 또한 십자가 위에서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나이까?”(마르 15,34) 라고 부르짖으시는 예수님 절규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나 김 신부님과 장한 순교자들께서는 부활하신 모습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와 함께 살아 계십니다. 우리는 너무 쉽게 세상을 살고, 신앙생활도 편하게 하려는 유혹을 끊임없이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참된 삶은 늘 십자가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십자가를 통하여 참된 기쁨과 평화와 행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세상을 살면서 어려움 없이, 노력 없이, 땀 흘리지 않고 쉽게 되는 일이 어디 있습니까? 큰 결실을 얻으려면 노력하고, 땀 흘리고, 어려움을 참아내고, 십자가를 사랑해야 합니다. 참된 기쁨, 평화, 행복, 자유는 십자가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습니다. 나 자신을 낮추고, 비우고, 죽을 때에 부활을 살 수 있습니다. 죽음을 통하여만 부활과 영원한 생명의 영광에 이를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얻을 것이다.”(마태 16,24-25)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과 순교자들, 이웃들을 기억하며 하느님이 주시는 영원한 생명과 행복의 열매를 맺어 갑시다!

 

세상 사람들은 교회로부터 부활하신 예수님의 모습을 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여러 면에서 큰 혼돈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그리스도인이 누룩이 되고, 빛과 소금이 될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교구 설정 60주년을 준비하는 “교구설정 60주년 준비 위원회”에서 제안 할 모든 사항들을 위에 열거한 정신으로 실현하여 교구 설정 60주년이 지난 과거를 되돌아보고, 새롭게 미래로 나아가는 은총의 계기가 되도록 합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2,24).

 

 

                                        천주강생 2006년 12월 3일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대전교구 교구장 주교  유 흥 식 라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