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02-26 00:00:00

2007년 성모승천 대축일 메시지

2007년 성모승천 대축일 메시지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님을 기리며


 

주님 안에 사랑하는 사제, 수도자, 형제 자매 여러분,

 

교회의 어머니요 우리 모두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의 승천 대축일을 맞이하면서 저는 먼저 한국 가톨릭교회와 성모님의 특별한 관계를 떠올리게 됩니다.

 

이 땅에 신앙이 전해진 초기, 여러 여성 신자들이 동정으로 살면서 성모님의 모범을 따르려 했고, 박해시대 선교사들은 위기 때마다 성모님께 의지하면서 시련을 극복했다는 기록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첫 사제이신 김대건 신부님께서도 귀국 길에 바다의 모진 풍랑 속에서 성모님께 전구를 청하여 무사히 고국 땅을 밟으셨다고 하니, 우리 교회가 처음부터 성모님의 특별한 보호 아래 있었다는 확신을 갖게 됩니다.

 

이러한 역사 안에서 제2대 조선교구장이셨던 앵베르 주교님이 ‘원죄 없이 잉태하신 성모 마리아’를 조선교구의 주보로 정해주실 것을 청하셨고, 교황 그레고리오 16세께서 이를 허락해주셨습니다. 그 이후로 한국 가톨릭교회에 성모님께 대한 신심이 깊이 자리 잡으며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교회 역사에서 성모 신심을 대표하는 레지오 마리애가 교회 성장에 큰 역할을 한 것이 사실입니다. 1954년 ‘원죄 없으신 성모 마리아’ 교리가 선포된 100주년 성모성년에 한국 교회는 다시 한 번 성모님께 한국 교회를 봉헌한 것 그리고 1984년 한국을 방문하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우리 민족과 교회를 성모님께 맡기는 장엄한 예절을 거행하신 것도 성모님과 한국 가톨릭교회의 특별한 관계를 잘 드러내 주고 있습니다.

 

 

주님 안에 사랑하는 사제, 수도자, 형제 자매 여러분

 

저는 그동안 사목지표를 통해 선조들의 순교신앙을 본받아 살아가자고 여러 차례 권고하였습니다. 순교신앙의 원형은 예수님의 십자가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말합니다.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 이렇게 여느 사람처럼 나타나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필리 2,6-8).

 

이렇게 아버지의 뜻에 따라 사람이 되시어 십자가 위에서 죽기까지 순종하신 예수님을 잉태하는 순간부터 성모님 역시 당신의 삶을 오로지 하느님 아버지께 봉헌하셨습니다. 그분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처녀잉태를 하느님의 뜻이라는 이유만으로 순순히 받아들이셨고, 예수님을 잃어버린 줄 알고 사흘을 헤매다가 겨우 성전에서 찾았을 때 “왜 저를 찾으셨습니까?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루카 2,49)라고 소년 예수님이 던지는 말의 뜻을 알아듣지 못하면서도 이 모든 일을 마음 속에 그대로 간직하셨습니다.

 

예수님에게서 일어나는 작은 일까지 마음 속에 간직하신 성모님께서 예수님의 공생활을 묵묵히 지켜보셨을 것은 너무나 분명합니다. 결국 십자가 위에 못 박히는 모습까지 지켜보셔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성모님은 사도들과 온 교회의 어머니가 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성모님을 사도 요한에게 어머니로 모시라고 한 것은 단순히 인간적인 정 때문이 아니라, 예수님을 통해 드러나는 하느님의 구원 역사를 마음 속에 간직하고 계신 분임을 아셨기 때문입니다. 성모님은 교회의 시작부터 교회와 깊이 함께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그 시작부터 온 마음을 다해 성모님을 공경해 왔고, 한국 가톨릭교회 도 성모님과의 특별한 관계를 맺어 왔습니다. 그러나 성모님 공경이 교회의 전례와 기도 안에만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성모님께서 사셨던 모습을 잘 이해하고 우리 또한 그렇게 살기를 원하고 실천해 갈 때 비로소 성모님 공경은 완전해집니다.

 

무엇보다 성모님은 예수님 곧 말씀을 잉태하신 분임을 기억합시다. 우리 역시 말씀을 받아들이고 산다면, 말씀이 우리 안에 생명으로 살아있게 됩니다. 우리가 말씀에 따라 구체적인 삶을 살 때에 성모님을 가장 올바로 공경하는 길입니다.

 

 

주님 안에 사랑하는 사제, 수도자, 형제 자매 여러분

 

아시다시피 올해에 이 나라를 이끌어 갈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정국이 어수선하고 극단적인 모습들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위한 생산적인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승리만을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들을 보면서 걱정과 우려가 커가고 있습니다.

 

세계정세도 불투명하고,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이 급변하는 이 때가 우리 한반도의 앞날을 위하여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정직하고 투명하며 생명을 존중하고 어려운 이들을 특별히 생각하고 공동선의 증진을 위하여 가장 잘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야 합니다. 올바른 선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하여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원칙을 지키며 깨어있는 의식으로 앞장서야 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투표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가 우리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양보할 줄 알고, 또 눈에 보이는 성장보다 서로 화해하고 약한 사람을 배려하는 공동의 선을 만들어가는 축제가 되도록 깨어있는 그리스도인으로 적극 참여합시다.

 

 

주님 안에 사랑하는 사제, 수도자, 형제 자매 여러분,

 

교회의 어머니시요 우리 모두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은 지극한 공경을 받아 마땅한 분이십니다. 성모님에 대한 올바른 공경은 우리가 일상의 삶 안에서 그분은 닮고자 할 때 분명해집니다. 성모님처럼 늘 말씀을 가까이 하십시오. 그리고 성모님처럼 진리에 우리 자신을 내맡기는 마음으로 자신의 이익보다 우리 모두에게 유익한 것을 찾아 나갑시다.

 

우리 모두 성모님을 닮아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생각하고 구체적으로 돌보는 마음과 행동을 하도록 합시다. 특별히 북한의 어려운 형제들을 돕는 길을 찾으며, 남과 북이 화해하고 통일될 수 있도록 끊임없는 기도를 바치도록 합시다.  

 

“성모님, 당신을 공경하며 닮고자 하는 우리를 당신 품에 맞아들여 주시고 주님 안에 우리를 지켜주시며,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2007년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에

                                                        천주교 대전 교구장 유흥식 라자로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