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02-26 00:00:00

2007년 성탄 메시지

2007년 성탄 메시지

 

“남을 사랑하는 사람은 율법을 완성한 것입니다”(로마 3,8).

 

 

주님 안에 사랑하는 사제, 수도자, 형제 자매 여러분,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맞아 여러분과 모든 가정에 하느님의 축복이 함께 하시길 빕니다. 아기 예수님 탄생의 기쁨이 세상 모든 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시기를 기도드립니다. 특별히 교구 설정 60주년을 맞이하면서, 연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 해 주신 주님께 교구민 여러분들과 함께 온 마음을 다해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1. 인간을 극진히 사랑하시어 하느님의 아들이 사람이 되신 성탄, 곧 이 놀라운 강생의 신비 뒤에는 구약의 긴 역사가 있었습니다. 이는 바로 하느님의 인간에 대한 사랑의 역사였습니다. 아브라함이 하느님의 불림을 받았을 때는 늘그막까지 자식이 없는 참으로 보잘 것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아브라함과 계약을 맺어 당신 백성으로 삼아 축복해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에게 주신 율법은 하느님 백성이 살아가야 할 길이였습니다. 또한 이 율법은 인간이 스스로의 힘으로 하느님의 법을 충실히 살아 구원에 이를 수 있는지 시험하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의 법을 온전히 지키지 못해 약속의 땅을 보존하는 데에 실패했고 유배의 길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이 실패는 단지 이스라엘의 실패가 아니라 인간 스스로 자신을 구원할 수 없음을 증명하는 역사였습니다. 구약성경의 예언말씀들은 하느님 친히 인간의 구원을 이루어주셔야 한다는 말씀으로 가득 차 있고, 구세주에 대한 기다림이 그만큼 커져 갔습니다. 인간이 자신의 힘으로 구원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주님의 역사를 애타게 기다리는 갈망이 무르익어갈 때 하느님께서 이에 응답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복음 선포를 시작하시면서 “때가 찼다”(마르 1,15)고 하신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2. 하느님께서는 당신 아들을 이 세상에 내어 주시면서 그분을 받아들일 준비도 시켜주셨습니다. 지난 몇 해 동안 우리가 깊이 묵상해 온 우리의 순교 역사가 또한 그러합니다. 이 땅에 복음이 늦게 전해진 것이 아니라, 그 “때”가 바로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정하신 “때”라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순교자들은 하느님께서 정하신 때에 성령의 인도하심에 이끌려 신앙을 깊이 받아들이고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주님께 응답한 분들입니다. 순교자들 가운데에는 고위 관직에 있던 분들과 당대에 유명했던 학자들 뿐 아니라 배움이 아주 적고 비천한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문초를 당할 때 한결같이 하느님을 아버지로 고백하며 우리 모두가 한 형제라고 당당히 고백했던 것은 성령께서 함께 하고 계셨다는 것으로 밖에 설명할 수 없습니다. 신앙의 본질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 그분께서 우리 각자에게 주시는 “때”와 상황 안에서 주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우리가 순교자들에게서 신앙을 배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분들은 불러주신 때에 자신의 삶을 봉헌하여 주님에 대한 사랑을 완전하게 드러낸 분들입니다. 순교자들의 신앙을 잘 이어받을 것과 함께 저는 여러 차례 성경 말씀에 대한 여러분의 깊은 관심을 호소해 왔습니다. 주님께서는 성경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직접 말씀하십니다. 성경 말씀은 주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맺는 데에 가장 중요한 원천이자 힘입니다. 그래서 저는 은혜로운 60주년을 맞는 2008 사목교서에서 여러분 모두가 교구에서 계획한 순교성지 순례를 함께 할 것, 성경을 읽고 쓰고 묵상하는 삶을 살 것을 간곡히 부탁드렸습니다. 이번 성탄절이 여러분 모두가 그렇게 실천하길 다짐하는 은총의 시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남을 사랑하는 사람은 율법을 완성한 것입니다”(로마 13,8)라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우리의 신앙은 사랑 안에서 완성됩니다. 주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맺은 사람은 이웃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순교성지를 찾아 선조들의 신앙을 배우고 성경 말씀을 깊이 묵상하고, 특별히 말씀을 구체적인 일상생활에서 실현하려는 노력은 이웃 사랑으로 꽃을 활짝 피울 것입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삶을 통하여 주님을 확실하게 만나게 되므로, 사랑은 주님의 가장 큰 선물입니다. 많이 가질수록 행복하고 안전할 것 같은 세상의 유혹을 과감히 뿌리치고,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신 가난함과 성체성사적인 나눔에 참된 행복이 있다는 믿음을 구체적으로 살아가도록 우리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줍시다.

 

 

3. 주님 안에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저는 지난 안드레아 사도 축일에 교황님을 알현하는 참으로 은혜로운 사도좌 방문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교황님께서 우리 교구의 60주년을 축복해 주셨고, 교구민 모두에게 축복과 인사를 전해주시기를 특별히 부탁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제가 2008년 사목지표에서 발표한 대로 ‘성 바오로의 해’를 맞아 바오로의 서간들을 필사하면서 성 바오로 사도가 지니셨던 선교 열정을 본받고 싶다는 말씀을 들으시고 매우 기뻐하셨습니다. 또한 가난한 이웃 안에 계신 예수님을 사랑해 드리기 위한 “한 끼 100원 운동”에 대하여도 “가난한 이웃을 돕는 것은 교회의 본질”이라고 흡족한 표정으로 말씀하시면서 특별히 축복해 주셨습니다. 교황님께 약속을 드렸고, 교황님께서 특별히 축복해 주신 바오로 사도의 서간들을 필사하면서 선교 열정을 키우는 삶을 살고, “한 끼 100원 운동”에 적극적인 동참을 부탁드립니다. 새로이 가난한 모습으로 오시는 아기 예수님께서 매우 기뻐하실 것이 틀림없습니다. 

 

 

주님 안에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주님의 성탄을 묵상하면서 예수님의 어머니시요 우리 모두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을 떠올리게 됩니다. 성모 마리아께서는 주님 성탄의 가장 큰 도구이셨고, 예수님을 가장 가까이에서 사랑해 드리고 협력하신 분이십니다. 성모님은 예수님을 가장 잘 알고, 체험하셨던 분이십니다. 성모님께서 우리의 보호자로 계시고 끊임없이 간구해 주시니 우리의 마음은 참으로 든든합니다.

 

여러분 모두 성모님과 순교자들의 간구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에 날로 더 맛들이기를 바랍니다. 특별히 이웃 사랑을 통해 이 모든 것을 완성해 가시기를 기도합니다. 주님의 성탄을 저의 온 마음을 다해 축하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천주강생 2007년 예수 성탄 대축일에

                                        천주교 대전교구 교구장 주교  유 흥 식 라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