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02-26 00:00:00

2008년 부활절 메시지

2008년 부활 메시지

 

“희망의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기쁨과 평화로 채워주시길 바랍니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알렐루야! 주님께서 부활하셨도다!

 

친애하는 형제 자매․여러분,

 

우리의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마침내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셨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과 가정 그리고 이웃들, 특히 고통과 어려움에 처해 있는 모든 이들과 함께 하시길 빕니다.

 

예수님께서는 죄 많은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죄인들의 손에 자신을 맡기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신대로 죽음을 이기고 되살아 나셨습니다(요한 16,33 참조). 예수님의 부활은, 인간이 성령 안에서 다시 태어나 하느님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릴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또한 예수님은 부활로 사랑과 생명이 미움과 죽음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셨습니다. 그렇기에 예수님께서는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신 첫 사람이 되셨다(1코린 15,20 참조)는 부활에 대한 고백은 초대교회부터 신자들의 핵심적인 신앙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지 않으셨다면 우리의 믿음은 헛된 것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러나 죄와 죽음의 세력을 물리친 부활의 기쁨을 우리가 저절로 맛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수님의 부활도 수난과 고통,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서 이루어졌습니다. 우리의 삶에서도 좋은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땀 흘리는 노력과 희생의 과정이 있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새로운 생명이 움트는 이 봄도 추운 겨울을 견디어내고 맞이했듯, 우리도 시련과 고통의 어둔 밤을 지나야 희망과 생명의 아침을 맞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먼저 우리 시대에 주어진 시련과 고통의 정체를 아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현대인들은 과학기술의 성장과 함께 엄청난 물질문명의 발전을 이뤄가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많은 부작용도 있습니다.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사회․경제 ․정치․교육․문화의 양극화로 인한 상대적인 박탈감, 실업, 자포자기, 고독, 우울증 등의 문제는 우리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습니다. 소위 성공한 사람은 성공한 사람대로, 실패한 사람은 실패한 사람대로 불안과 절망에로 몰리고 있습니다. 인간 스스로 하느님의 자리를 차지하고 세상을 정복해가는 세속주의와 물질주의의 풍조 속에서 절망과 허무주의에 인간이 오히려 정복되어 갑니다. 우리 사회의 도처에서 내일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리고 절망 가운데 살아가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교는 희망의 종교입니다. 그리스도교의 희망은 십자가에서 온갖 멸시와 천대를 받으셨던 예수님의 부활에서 유래합니다. 그분은 절망의 끝을 희망의 시작으로 전환시키셨고, 그 희망을 죽음까지 넘어선 영역으로 확장시키셨습니다(로마 14,9 참조). 그리스도교의 희망으로 패배와 죽음에서 새롭게 부활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희망의 반대인 절망은 살아계신 하느님의 능력을 믿지 않는 것이므로 가장 심각한 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절망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 안에 깊이 만연되어 있는 이유는 신앙인들이 하느님께서 주신 희망의 삶을 살아가지 않는 데에 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거짓과 불의, 비인간화와 절망이 난무하는 세상에 저항하고, 어떠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절망을 딛고 일어나 끝까지 하느님의 구원약속을 희망하는 사명을 충실히 살아가야 합니다. 라틴어 격언대로, 우리는 숨을 쉬는 한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Dum Spiro, Spero). “희망의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믿음에서 얻는 모든 기쁨과 평화로 채워주시어, 여러분의 희망이 성령의 힘으로 넘치기를 바랍니다”(로마 15,13).

 

주님 안에서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교구설립 60주년을 맞이하여 은혜로운 2008년을 보내는 우리에게도 주어진 어려움이 많이 있습니다. 생명의 보고(寶庫)라 할 수 있는 태안지역이 기름유출 사고로 아픔을 겪고 있습니다. 기록적인 기름유출 사고였지만, 고통은 대한민국을 단결시켰고 고통을 함께 나누는 마음과 몸짓이 고통 가운데 희망을 꿈꾸며 다시 일어서는 힘이 되었습니다. 이기주의와 물질주의가 범람하는 현 시대에 백만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의 물결은 죽음과 용서 그리고 부활을 보여주고 태안반도가 다시 풍부한 어장을 회복하리라는 희망을 심어주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신앙인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절망을 넘어선 부활의 신앙과 희망입니다. 부활의 희망을 간직한 신앙인은 성령의 힘으로 변화되어 말과 행동으로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과 평화를 전하는 하느님의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시련 속에서도 정의와 진리 그리고 사랑이 결국 승리한다는 부활의 믿음을 가지고 희망의 삶을 증거합시다!

 

 또한 우리 대전교구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 가고 있는 60주년이 하느님 안에서 충만히 완성되도록 다시 한 번 동참을 호소합니다. 자랑스러운 순교자들을 본받으려는 도보 성지순례가 은총과 감동 속에 실시되고 있습니다. 성지에서의 일일 문화피정, 사랑의 성체성사를 실천하는 ‘한 끼에 100원 나눔 운동’, ‘바오로의 해’를 맞아 열정적인 신앙을 배우려는 ‘바오로 서간 쓰기’에 적극적으로 함께 하면서 하느님께서 주시는 은총에 마음을 열고 다가갑시다.

 

여러분 모두 기쁘고 은혜로운 부활절 맞으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천주강생 2008년 예수 부활 대축일을 맞으며

                                                                천주교 대전교구 교구장 유 흥 식 라자로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