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11-24 00:00:00

[2016년 사목교서] 말씀과 성사 안에서 자비를 실천하는 해


사랑하는 사제, 수도자, 형제자매님들!

자비하신 하느님께서 세상과 인간을 창조하시고 구원으로 이끌어 오신 역사는 참으로 신비롭습니다. 태초에 하느님을 닮은 모습으로 창조된 인간이 자기중심의 세상을 만들려는 욕심을 부리자 오히려 생명의 하느님을 떠나 죽음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성경은 이러한 인간을 구원으로 이끌어 가시는 하느님의 자비로운 역사입니다.

그리고 하느님 자비의 역사의 정점에 계신 분이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하느님과 같은 분이시지만 우리와 똑같은 인간으로 사시며 우리 죄를 대신해서 십자가에 죽기까지 아버지의 뜻에 순종하신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는 사랑의 새 계명과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라.”(마태 28,19)는 선교의 사명을 남겨 주셨습니다.

물질주의의 유혹이 거세고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교회가 이 사명을 충실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늘 복음 정신으로 깨어 있는 자기 쇄신이 필요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전 세계적으로 큰 문제로 대두된 인류 모두의 ‘공동의 집’인 지구 환경과 생태계에 대한 보호와 관리를 호소하는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발표하시면서 교회와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셨습니다. 또한 2014년과 2015년에 2차례에 걸쳐 ‘가정’을 주제로 세계주교 대의원회의를 개최 하였습니다 우리의 삶을 변화시켜 나아가는 데에 있어서 가정이 바로 서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초입니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사제성소와 수도성소 지원자가 감소하고 있는 현상은 더 미룰 수 없는 큰 숙제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교회가 당면하고 있는 과제들입니다. 다가올 2018년의‘대전교구 설정 70주년’을 준비하면서 교구 시노드를 열게 된 것도 주님께서 주신 복음적인 명령과 우리가 현실적으로 부딪치고 있는 이러한 문제들을 전 교구민이 함께 고민하고 심도 있게 논의하면서 교구의 앞길을 열어가자는 뜻입니다. 교구 시노드는 약 3 년간에 걸쳐 진행되고 여기에 사제, 수도자, 평신도가 함께 참여하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 백성 모두가 마음을 열고 관심과 기도는 물론 적극 동참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요한복음과 함께 하는 해

2015년 사목교서를 내면서 2018년까지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모두 매년 복음서 하나씩 필사하면서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삶 속에 실천하는 내적인 힘을 길러가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2015년의 마태오복음에 이어 2016년은 ‘요한복음의 해’입니다. 우리가 성경을 대하는 첫째 지향은 말씀이신 그리스도와의 인격적인 만남입니다. 가족이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주 만나고 대화를 하듯, 우리가 말씀을 읽고 함께 공부하고 필사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와 그런 관계가 형성될 수 있습니다. 2016년 역시 본당 혹은 특별한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신부님들께서 사목계획에 신자들과 함께 요한복음을 공부하고 필사하는 계획을 결합시켜 주시기를 바랍니다.

 

전례와 성사

작년에 2016년 사목목표를 ‘전례와 성사’로 이미 제시하였습니다. 우리가 믿는 대로 가톨릭 신앙은 성사생활로 표현됩니다. 그 중에서도 성체성사는 예수님의 죽으심과 부활을 기억하고 체험하는 성사로 그 중심에 있습니다. 전례규정에 따라 거행되는 장엄한 미사전례 안에서 신자들의 마음에 감동을 주는 말씀과 강론 그리고 주님과의 일치를 이루는 영성체가 온전히 이루어지는 것은 가톨릭 신앙의 가장 중요한 기초입니다.

우선 신부님들께서 2016년에‘미사경본 총 지침’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가져주기를 부탁드립니다. ‘총 지침’은 단순히 미사를 드리는 행위에 대한 획일적 규정이 아닙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결정에 따라 개정된 미사경본 총 지침은 과거의 규정을 단순화하여 미사성제를 거룩하게 지낼 수 있는 최소한의 규정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거룩한 전례거행을 위해서‘총 지침’과 함께 전례정신을 신부님 개인적으로 그리고 지구에서 함께 연구하는 계획을 가져주시기를 희망합니다. 그래서 기계적인 반복이 아니라 하느님 백성이 믿음과 희망과 사랑으로 의식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가운데 거룩함을 완성해 가는 미사가 되도록 이끌어 주시길 바랍니다.

미사에 참여하는 모든 신자들에게도 미사 준비에 대한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는 미사성제 안에서 말씀과 성체 두 가지 양식을 받아먹습니다. 미사에 오시기 전에 먼저 그날의 독서와 복음을 읽어 마음에 담고, 미사 중에 선포되는 그 말씀을 고요한 마음으로 잘 받아들인다면 말씀의 큰 은총과 더불어 성체를 잘 받아 모시는 준비도 될 것입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매일 미사에 참여하기 어려운 신자들도 매일 그 날 미사의 독서와 복음 말씀을 주님께서 주시는 일용할 양식으로 삼으시기를 바랍니다. 2016년이 모든 신자들이 이러한 좋은 습관을 갖고 주님의 은총에 더 가까이 가는 시작이 되기를 바랍니다.

자비의 희년과 관련하여 고해성사에 대해서도 말씀을 드립니다. 교황님께서 선포하신 자비의 희년은 2015년 12월 8일(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부터 2016년 11월 20일(그리스도 왕 대축일)까지 이어집니다. 희년은 모든 것을 주님의 뜻에 맞게 온전히 회복시켜주시는 은혜로운 해로서(레위 25,8-22; 루카 4,16-22 참조), 그 중심에는 화해와 용서가 있습니다. 이에 맞추어 사목 일선에 계신 신부님들께서도 자비로운 아버지의 모습을 지닐 뿐만 아니라 신자들이 화해의 고해성사를 보다 잘 받을 수 있도록 사목적인 계획과 배려에 힘써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사랑하는 사제, 수도자, 형제자매님!

‘대전교구 설정 70주년’이 되는 2018년까지 이어지는 교구 시노드가 성령의 인도하심 그리고 성모님과 순교자들의 전구에 힘입어 하느님 뜻에 맞는 참된 쇄신의 시작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모든 사제들과 수도자와 형제자매님들이 기도와 함께 한 마음으로 이루어가기를 당부 드립니다. 2016년에 우리 손으로 요한복음을 필사하는 일이 주님과의 인격적인 친교는 물론 시노드를 주님 뜻 안에 이루어가는 기도의 힘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다시 한 번 교구의 신부님들께서 미사경본 총 지침’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갖고, 우리 신앙의 중심인 성체성사를 교회의 전승과 가르침을 따라 거룩하게 거행하는 데에 힘써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교황님께서 선포하신 ‘자비의 희년’은 많은 이들에게 큰 은총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신부님들께서 사목현장에서 신자들이 희년의 은총을 받으며, 삶 속에서 서로 화해와 용서를 체험하는 시기가 될 수 있도록 사목계획에 잘 반영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천주강생 2015년 11월 29일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대전교구장 주교 유 흥 식 라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