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57227
  • 글쓴이 : 김로사
  • 작성일 : 2020/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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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題

 無題

숲길을 걷노라면 
다채로운 향기를 지닌 풀꽃들이 
나름대로 또렷한 모습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소박하면서도 화사하게 피워낸다. 
다양한 모습의 신앙 공동체 구성원처럼. 

이름은 알 수 없지만, 
사람의 손톱만큼 작은 크기에도 
완벽한 균형을 이루며 
정교하게 모양새를 갖춘 꽃들은 
저마다 최선을 다해 주님께 찬미를 드린다. 
목숨 바쳐 신앙을 증거했던 무명순교자처럼. 

하느님의 정원인 이 지구별에 
헤아릴 수 없는 여러 종의 생명체가 
각기 다른 모양으로 고유한 성향을 지니고서도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며, 주어진 시간에 
맡겨진 소임을 다하고 흙으로 돌아간다. 
마치 소명에 신실한 그리스도의 지체들처럼. 

식물은 식물대로 
곤충은 곤충대로 
동물은 동물대로 
일부 사람을 제외한 모든 피조물들은 
제게 허락된 생명에 한결같이 정성을 다하고 
창조주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섭리에 순응한다. 
성사를 거행하며, 성무에 충실한 참 사제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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