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57498
  • 글쓴이 : 김로사
  • 작성일 : 2020/11/01
  • 조회수 : 279

♤ 쓸쓸한 계절 그러나 아름다운 11월

♤ 쓸쓸한 계절 그러나 아름다운 11월

초목도 곤충도 동물도 사람도
살아 있는 모든 생물들이
몹시도 힘겹게 살아낸
길고 긴 장마와
그 폭염의 여름이 까맣게 잊혀져 가고...
늦더위를 예상했던 구월은 선선했고
유난히 쌀쌀한 기온으로
몸도 마음도 움츠러들게 하던 시월도 떠났다.

새해를 맞이한
설렘과 신선함이 채 가시기도 전,
불길한 그림자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는
세상을 어둠의 터널 속으로 몰아 넣었다.

지난 2019년말부터 퍼지기 시작한
'코로나19' 전염병은,
올해 초부터 지구촌 곳곳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며
많은 생명들이 고통 속에서 죽어갔고,
언론기관은 연일, 시시각각
감염병의 확진자와 사망자의 숫자를 보도하며
'사회적 거리 두기'
'비대면'
'외출자제'
'마스크 착용'을 외쳤다.

공포와 암울에 갇혀버린 채
봄이 그렇게 지나갔고,
길고 긴 장마와 폭우에
여름은 또 그렇게 녹아버렸다.

그럼에도 맑고 푸른 하늘과 고운 단풍은 

가을이 왔음을 알렸다.

계절을 느껴보지도 못하고
살아보지도 못한 채
한해가 잿빛 속에서 저물어간다.


               그리고
                    .              
                    .      
                    .

곱게 물든 나뭇잎들이
자꾸 자꾸 땅으로 내려앉는다.

낮의 길이는 쑥쑥 짧아져가고
어둠이 길어지는 쓸쓸한 시기,
하지만 눈물나게 아름다운 11월,
전례도, 우리의 삶도 한자락를 정리하는 시간,
초목들도 한 해를 살고 결실을 맺는 계절이다.

하루를 시작하고 또 마무리하고
일주일... 또 한 달을
새로운 마음으로
애닲은 마음으로
안타까운 마음으로
고마운 마음으로
시작하고 마치며
인생을 한 올 한 올 짜 올린다.

이 세상에서 삶을 마치고
하느님께  되돌아가셔서
천국 복락 안에 계신 모든 성인들께
전구를 청하는 11월의 첫 날.
그리고 둘째 날엔
아직 연옥에 있는 이들을 기억하며 기도하는
'위령의 날'을 지내고...
교회는 이 11월 한 달을 '위령 성월'로 지낸다.

부모로 형제로 가족으로 벗으로 지인으로
긴 세월 혹은 짧은 시간을
울고 웃으며 함께 삶을 엮어왔던 이웃들.
먼저 간 이를 기억하며 기도하는
아름다운 정서, 하느님을 신앙하는 공동체의 전례.
천국에서 천상의 영광을 누리는 모든 성인들과
연옥에서 단련을 통해 정화 중인 영혼들과
'지금 여기'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가
기도와 선행으로 공을 나누는 하나인 교회.

자신의 죽음과 종말을 묵상하도록 이끄는 전례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조금은 차분해진 마음으로
앞선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또 청원하며
그윽하고 평온한 위안을 준다.
생명의 영원성을 깨닫게 하고 가르치는
교회의 전례 안에서 그리고 자연을 통해
하느님의 자비를 깊이게 하는 시간이다.

사람을 비롯해 생명을 지니고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살아 숨쉬는 모든 생물이
반드시 겪어야하는 공통분모인 '죽음',
삶의 마무리인 죽음은 새로운 시작이다.
두려움이기도 하다.

하지만 희망이고 기쁨이다.
또한 설렘이고 기다림이다.

"주님을 믿는이들에게는죽음이 죽음이 아니고 

새로운 삶으로 옮아감이오니 세상에서 깃들이던
이 집이 허물어지면 하늘에 영원한 거쳐가 마련되나이다." (위령 미사 기도문 중에서)

"오늘은 나 내일은 너"

"먼지는 전에 있던 흙으로 되돌아가고 

목숨은 그것을 주신 하느님께로 되돌아간다."(코헬렛 12,7)

죽음에 관한 이러한 말씀을 통해
삶을 돌아보고 또 다잡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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