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2356
  • 글쓴이 : 홍보국
  • 작성일 : 2006/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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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며느리 에미레 데베렌 하바데(대전 신탄진 성당)씨 7년째 중풍 앓는 시어머니 극진히 봉양

"효도에 국적이 따로 있나요"
필리핀 며느리 에미레 데베렌 하바데(대전 신탄진 성당)씨 7년째 중풍 앓는 시어머니 극진히 봉양
중풍을 앓고 있는 시어머니를 7년째 극진히 봉양하고 있는 외국인 며느리가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필리핀 출신의 에미레 데베렌 하바데(38)씨.

에미레씨는 1996년 10월 21일 남편 강범식(47·청원군 현도면 달계리)씨와 결혼해 희승(9)·희준(7) 형제를 낳고, 낯설고 물설은 한국 땅에서 어렵지만 행복한 생활을 꾸려갔다.

하지만, 2000년 5월 둘째 아들의 백일이 갓 지날 무렵, 시어머니 이월성(94)씨가 중풍으로 쓰러져 거동조차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그녀는 하루에도 몇 번씩 시어머니의 대소변을 받아내면서도, 얼굴 한 번 찡그리지 않고 정성스레 봉양하고 있어 동네 사람들로부터 칭송이 자자하다.

에미레씨는 그러나 "자식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인 데, 언론에 조명되는 것조차 부담스럽다"며 낯선 시선을 오히려 경계했다.

"한 종교단체의 주선으로 남편을 만나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말도 안 통하고, 음식도 안 맞고, 모든 게 힘들었어요, 하지만, 열심히 살다보면 '행복'은 어디에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필리핀 '굿 사마리탄 컬리지(2년제 간호대학)'를 졸업하고 필리핀 마닐라의 한 약국에서 팀장으로 근무하기도 했던 에미레씨는 "한국에서 사는 게 너무 감사하다"며 "어머니께서 오래오래 사시고, 가족 모두 건강하게 사는 게 소망일 뿐, 다른 욕심은 없다"고 소박한 희망을 염원했다.

 
에미레씨는 특히 한국어를 원활하게 구사해 마을 주민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는 것은 물론, 이웃의 애경사(哀慶事)도 앞장서 챙길 정도로 이젠 '외국인 며느리'가 아니라 '한국의 딸'로서 자신의 당당한 자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에미레씨가 외국인이라는 편견을 걷어내고, 시어머니 봉양 잘하고 남편 내조 잘하고, 아이들 교육 잘 시키는 '효부(孝婦)'로서,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삶을 영위하는 데는 남편 강씨의 외조도 큰 몫을 했다.

강씨 역시, 결혼 전에 밭두렁을 태우다 전신 3~4도 화상을 입고 사경을 헤매던 어머니를 위해 5개월 동안 지극정성으로 병간호를 하면서, 화상 환자가 흔히 겪는 욕창(褥瘡) 한 번 걸리지 않도록 했던 '효자(孝子)'다.

어머니의 화상 치료는 물론, 3번에 걸친 피부이식 수술로 가산(家産)도 크게 기울었지만, 지금껏 살아계신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강씨.

강씨는 지난해 12월 폐암으로 투병 중인 장인께서 임종을 앞두자, "살아생전 찾아뵙자"며 아내의 손을 이끌고 마닐라에서 200㎞가량 떨어진 루손섬에 있는 처가를 다녀왔다.

강씨는 "돌아가신 뒤에 찾아뵙는 것보다, 살아 계실 때 찾아뵙기를 참 잘 한 것 같다"며 "돌아가신 뒤에 후회하지 말고, 살아생전에 잘 해드리는 것이 자식 된 도리가 아니냐"면서 쑥스러운 웃음을 지어보였다.

▲ 필리핀 출신 에미레 데베렌 하바데씨가 7년째 중풍을 앓고 있는 시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피고 있다.(위) 필리핀 출신 에미레 데베렌 하바데씨와 강범식씨가 자녀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상현 기자

이 마을 부녀회장 신영숙(52)씨는 "부모도 내다버리는 요즘 세태에 외국인 며느리가 7년 동안 시어머니의 대소변을 받아내며 봉양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도 에미레에게는 통하지 않는 말"이라고 칭송했다.

충청투데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