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2481
  • 글쓴이 : 홍보국
  • 작성일 : 2006/06/28
  • 조회수 : 4,487

서울 혜화동 성당서 10년째 필리핀 사람을 위한 미사

서울 혜화동 성당서 10년째 필리핀 사람을 위한 미사


젊음의 거리 대학로 끝자락에는 혜화동 성당이 있다.

25일 오후 1시 반 성당 안은 700여 명의 필리핀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미사대 한 대에 필리핀인 1300여 명이 몰렸기 때문이다.

자리에 미처 앉지 못한 신자들은 성당 복도와 앞마당에서 선 채 1시간 반을 견디면서 미사를 드려야 했다.

매주 일요일 혜화동에서 열리는 필리핀인을 위한 미사는 96년 서울대교구가 처음 마련한 이래 올해까지 10년 동안 매주 이어져 오고 있다.

올해로 10년째 낯선 이국땅 한국에서 매주 빠짐없이 미사를 드리는 그들을 따라가 보았다.

타갈로그어(필리핀 전통어)와 영어로 함께 진행되는 미사는 그들에게 단순한 미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국내에 거주하는 필리핀인들에게 혜화동 성당은 낯선 땅에서 고향의 정취를 느끼게 해주는 마음의 안식처이기 때문.
성당 입구에서 만난 크리스티나 씨(여ㆍ26)는 "매주 한 번 성당을 찾아 우리말로 기도하지 못하면 낯선 한국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한국 생활 3년차라는 베로니카 씨(여ㆍ32)는 "일요일이 가장 행복한 날"이라며 "고향을 떠난 필리핀 사람들이 함께 모여 기도드릴 수 있어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10년 동안 혜화동 성당을 찾는 필리핀인은 국내에 체류하는 필리핀인 수에 비례해 늘어났다.




98년 800여 명이 혜화동 성당 문을 두드렸고 2002년엔 1000여 명이 이곳을 찾았다.

정부가 불법 체류자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던 2003년엔 400명으로 줄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 1300명의 필리핀 신자들의 발길이 혜화동 성당으로 이어지고 있다.

5년째 성당을 다닌다는 에르네스토 씨(남ㆍ43)는 한국 생활이 몸에 익은 반 한국인이다.

"처음에는 언어와 문화에 적응이 안돼 몹시 힘들었지만 이제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되니까 한국 생활이 익숙해지더라고요.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이 토고를 이겼을 때도 기뻤어요. 제가 태어난 나라는 아니지만 한국에서 생활해서 그런지 말할 수 없이 기뻤어요."

하지만 필리핀인의 한국 생활은 자국어로 미사를 드릴 수 있는 일요일처럼 기쁜 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사를 집전하는 필리핀외방선교회 한국지부장 글렌 조반니 하론 신부. 그는 한국에 거주하는 3만8000여 필리핀인의 고민을 해결하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

매월 100여 건에 달하는 노동문제 상담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글렌 신부가 말하는 한국 내 필리핀공동체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국제결혼으로 인한 가정문제였다.

지난해 한국 남성이 필리핀 여성과 짝을 맺은 국제결혼은 997건. 이 가운데는 연애결혼도 있지만 상당수가 중매결혼이었다.

글렌 신부는 "고용주의 폭력과 임금체불 문제도 심각하지만 브로커에 속아 이뤄진 국제결혼 문제가 더 큰 걱정"이라고 했다.

글렌 신부는 "20대 필리핀 여성이 60대 한국 할아버지와 결혼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필리핀 여성들이 브로커에 의해 한국 중년 남자에게 팔려오다시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렌 신부는 "결혼을 막을 방법은 없겠지만 한국 정부가 나서서 결혼알선업체를 심사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 줄 수는 있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92년 자양동 성당에서 처음 출발했던 필리핀공동체의 미사는 그들의 애환이 늘어나는 만큼, 그 규모도 커지고 있다.

현재 필리핀인들을 위한 미사는 서울대교구 혜화동ㆍ대림동ㆍ마장동, 인천교구 답동, 의정부교구 마석을 비롯해 광주 부산 대전 대구 김포 수원 안산 포천 군산 청주 마산 제주 등 전국 17개 성당에서 열리고 있다.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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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26 16:36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