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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홍보국
  • 작성일 : 2006/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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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한그릇] ‘이슬 왕자님’의 값진 새출발

[행복 한그릇] ‘이슬 왕자님’의 값진 새출발


경향신문 - 입력: 2006년 04월 17일 17:48:37


별명이 이슬왕자님인 정근씨가 석 달간의 알코올 치료를 위한 입원생활을 마치고 퇴원했습니다.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는 날입니다. 지난날의 삶을 벗어버리고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결코 아닐 것입니다.



2003년 여름에 정근씨가 처음으로 민들레국수집을 찾아왔습니다. 몸집이 자그마한 정근씨는 나이가 마흔 일곱입니다. 얼굴은 60대지만 맑은 눈은 10대 소년입니다.

정근씨는 가난한 사람입니다. 가정도 꾸리지 못했고, 집도 없어서 시집간 여동생의 셋집 문간방에 얹혀 지냈습니다. 나이 마흔 일곱이 되도록 취직이라고 해 본 것은 자활훈련기관에서 한 달 동안 청소하는 일입니다. 처음으로 받아 본 월급으로 정근씨는 소원을 풀었습니다. 한두 잔씩 얻어먹던 술을 자기 돈 내고 마음껏 먹었습니다. 좌절로 꺾여버린 삶에 달콤한 위안처럼 다가온 술에 다시 꺾여버렸습니다.

2005년 초에 다시 민들레의 집으로 온 정근씨를 위해서 기초생활 수급권자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그리고 자활후견기관에서 일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첫 월급을 받자마자 사라졌습니다. 겨우 찾아서 모셔왔습니다. 자활후견기관에서의 일이 힘들다고 해서 쉬운 일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잔소리를 듣지 않고 살 수 있도록 작은 단칸방도 얻어서 살림을 차려드렸습니다.

그런데 일은 나가지 않고 정부지원 생계비로 이슬만 마신 모양입니다. 너무 아파해서 급히 병원에 입원시켰습니다. 정근씨 여동생은 오빠 걱정보다는 입원비 걱정에 오히려 화를 냅니다. 보름 만에 퇴원했는데 민들레의 집에 오자마자 또 이슬을 찾았습니다. 그러다가 민들레의 집을 떠났습니다. 민들레국수집에 밥은 먹으러 오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석 달 전 아침이었습니다. 술에 약간 취해서 민들레국수집에 찾아온 정근씨가 아침밥을 먹다말고 이제는 술을 끊고 싶다고 합니다. 지난 삼 년간 술을 자제하겠다고만 했지 끊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밥그릇을 비우자마자 정근씨와 함께 병원에 갔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석 달 동안만이라도 알코올 치료를 위해 입원해 있기로 했습니다.

정근씨는 이제 퇴원했습니다.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는 날입니다. 개인적인 상처와 구조적인 상처와 좌절로 꺾여버린 삶이지만 이런 상태 속에서 조금이라도 다시 한번 노력하는 삶은 값진 현실입니다. 다시 넘어진다고 하더라도 참으로 값진 부활의 현실입니다.


〈서영남|민들레국수집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