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7899
- 글쓴이 : 한광석
- 작성일 : 2007/11/08
- 조회수 : 4,386
'성모의 집'에 관한 기사
[함께사는공동체]원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러브 하우스’
성모의 집을 찾아서
대전 첫 노숙자 무료급식소… 17년째 운영
식사 뿐 아니라 직업알선.목욕.이발봉사도
따뜻한 마음으로 배고픔.아픔까지 감싸줘
대전시 동구 삼성 1동 285-15에 위치한 사회복지법인 성모의 집.
이 곳은 가톨릭 대전교구 사회복지국(대표 강길원 신부)에서 운영 관리를 맡은 노숙인들의 무료급식처다.
이곳 성모의 집은 17년째 대전지역 노숙인과 쪽방거주자들의 점심을 제공해주고 사랑을 나눠주는 안식처로 자리잡아왔다.
자원해서 이 곳에 와 사랑과 헌신에 열정을 다바치고 있는 성모의집 책임자 김영자 글로리아 수녀를 만나 성모의집 이야기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어서 오세요. 성모의집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노숙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이지요. 아마 노숙자 무료급식 시설로는 대전에서 최초가 아닌가 싶네요. 올해로 벌써 17년째니 말입니다."
김영자 글로리아 수녀가 해맑은 미소로 반가히 맞아주며 이렇게 인사를 건넨다.
글로리아 수녀는 학문적인 사회복지 차원에서 벗어나 실제 현장에서 사회복지 이론을 실천하고 싶어 이 곳 성모의 집에 자원해서 봉사하러 나온지 3년째라고 소개했다. 성모여고 내에 있는 예수 수도회 소속 수녀인 글로리아 수녀는 매일 아침 일곱시 반이면 이곳 성모의집으로 출근해서 자원봉사자들을 맞아들인다.
IMF 전에는 300여명의 노숙인들이 이 곳을 찾았고 지금은 240여명의 사람들이 이 곳에 와서 따뜻한 점심을 해결한다.
여기에는 인력시장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오는 사람들도 많다.
글로리아 수녀는 노숙자들을 상담하면서 "이들은 생에 대한 의욕이 없고 사랑에 굶주려 모든 것이 부정적인 성향이 많음을 느낀다"고 했다.
"3년전 이 곳에 와보니 의자와 밥상이 마구 날아다니더군요. 처음 왔을때는 정말 무서웠어요. 노숙자들이 봉사자들에게 자신을 무시한다며 폭력을 일삼는겁니다. 가정과 사회에서 사랑을 못받다보니 매사에 부정적이거든요. 세상이 원망스럽다보니 베푸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트집을 잡더라구요."
글로리아 수녀는 오 마르타 수녀와 함께 성모의집을 이끌어나가면서 노숙인들에게 음식뿐만 아니라 사랑을 전해주는데 주력해왔다.
"소리 지르며 행패 부리는 사람들을 꼭 끌어안아줍니다. 그러면 수녀의 사랑을 느끼고 금새 조용해지고 머리를 숙이지요."
글로리아 수녀는 각 성당에서 자원봉사 나온 이들에게 이들을 사랑해줄 것을 부탁하고 있다.
이 곳에 나오는 자원봉사자들은 정년 퇴임후 10년에서 15년을 지낸 이들로 평균 연령이 70세를 넘는 고령자들이지만 각 성당에서 총회장과 부회장 등을 지내며 평생을 봉사 활동에 매진해온 이들이다. 자원봉사자중에는 85세의 할아버지도 있다. 이들은 성모의집을 청소하고 부식을 나르고 도시락배달 업무까지 한다. 서빙과 청소 등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아 해내는 이들에게 봉사는 기쁨이자 보람이다.
38개 성당 본당에서 14명씩의 가톨릭신도 자원봉사자들이 나와 운영되는 이 곳 성모의집은 매주 목요일마다 고정봉사자들의 봉사가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점심을 성모의집에서 해결한 노숙인들은 저녁때면 성모병원 바로 옆에 위치한 호산나공동체에서 대신하고 주말이면 대전역광장 홈리스센터나 벧엘의집, 새나루공동체 등을 이용하곤 한다. 문창동에 위치한 빈첸시오의 집도 이들을 위한 시설중 하나다. 가난한 자들을 위해 헌신한 성인 빈첸시오의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성모의 집에는 가톨릭 신도들중에 가족의 생일이나 결혼 등 기념일을 맞은 이들이 빵이나 떡과 과일, 후원금 등을 보내오곤 한다. 따뜻한 밥에 여러가지 반찬을 준비하고 있고 한주에 두번은 소고기, 하루 걸러 생선반찬을 준다.
글로리아 수녀는 노숙자들을 상담하면서 직업 알선을 도와주기도 한다. 의류를 모아 안씻고 안갈아입는 이들에게 나눠주고 대중목욕탕에 데려가 목욕하고 이발할 수 있도록 해준다. 주민등록이 말소된 사람들에게는 주민등록증을 다시 만들어주고 월세방을 구해주고 있다. 지난 여름에는 노숙자들을 데리고 물놀이도 다녀왔다. 노숙자들이 관광버스를 타고 손흔들며 지나가보는게 소원이라는 말을 듣고 나서였다.
글로리아 수녀는 "이렇게 밥만 주는게 아니라 전체적인 생활을 관리해주고 믿고 사랑을 주니 노숙자들도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주더라"고 했다.
"처음에는 거친 말만 쓰고 반말만 쓰던 이들이 지금은 `고맙습니다.``잘 먹었습니다`하고 말하지요. 이들을 따뜻하게 품에 안아주고 불만을 들어주고 감싸안으니 `수녀님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라고 합니다."
글로리아 수녀는 "이들이 작은 예수님"이라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에게도 "이 분들이 작은 예수님이니 예수님께 하듯이 최대한 대우해달라"고 주문한다. 사람대접 못받고 사는 이들이 이 곳에 와서 사람의 정을 느끼고 `수녀님 사랑해요`라고 말할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는 글로리아 수녀는 "저도 아저씨 사랑하는 것 알죠?"하고 꼭 안아준다고 했다.
세상에 나서 단 한번의 사랑도 받아보지 못하고 버려진 사람들, 이들은 처음으로 인간대접을 받았다며 눈물을 흘리곤 한다.
"자식이 아버지를 부정하고 안 받아들이는 경우도 많아요. 생활보호대상자분들을 보살펴드리다가 음성 꽃동네나 옥천 행복한 집에 모셔다드리는 경우도 있지요."
집도 있고 자식도 있는데 자식으로부터 외면받고 정부로부터도 도움을 못받아 사회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들이 많다는 얘기다.
성모의집에는 사람 대접을 받고 싶어 찾아오는 노인들도 많다. 무료로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고, 동료들을 만나 즐겁고 행복해지기 때문이란다.
매주 목요일이면 성모의 집 자원봉사자들은 도시락 반찬 배달에 나선다.
거동이 불편해 성모의 집까지 걸어나올 수 없는 환자들이 있는 50가정에 일주일분의 반찬을 준비해 배달해준다. 인근 판암동, 홍도동, 성남동, 삼성 1동,2동, 읍내동에 50명분의 도시락반찬을 배달하는데 실제 양은 200인분 정도로 넉넉하게 만든다.
동구청에서 쌀값 정도는 지원해주는데 성모의 집에서 하루에 소요되는 쌀은 40kg 정도다. 17년전 성모의 집이 개원할때만 해도 후원자가 점점 늘어나다가 IMF이후 후원자들의 손길이 많이 줄어든 상태다.
천주교대전교구 사회복지국은 한마음 한몸운동을 시작하면서 봉사하는 삶을 확산시키기 시작했다. 여기에 성모의 집이 앞장서고 나선 상태다.
글로리아 수녀는 "가난한 예수님들과 내가 함께 할 수 있다는게 행복하다"고 했다.
"그들에게 실제적으로 가장 절실한 문제인 배고픔을 덜어드릴 수 있다는게 보람"이라는 그녀는 "노숙인들의 모습 안에서 하나님을 발견한다"고 전했다.
"작은 예수님 밥상에 올라가는 것이니 정성을 들여야지요. 작은 예수님께 하듯이 정성을 들여 대접합니다. 그 것 자체가 하나의 봉사가 됩니다. 그들이 아무리 거친 말을 해도 다 예수님처럼 다가옵니다. 이 분들 안에 계신 예수님을 받아들이지요. 이 분들을 통해 얻는게 더 많답니다."
봉사자들중엔 학생들도 있는데 이 곳에 와서 봉사하고 가면 밥 투정을 절대 안하고 자신이 너무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고 가곤 한다.
"적어도 배고픈 사람들을 위해 내가 뭔가 해드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기쁨을 얻는거죠."
성모의 집에는 교도소 출소자들처럼 사회봉사명령을 받고 오는 이들도 상당수다. 변호사들이 봉사명령을 시켜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글로리아 수녀는 이들 사회봉사명령자들에게 세례명을 만들어 붙여주고 이들이 기를 펴고 봉사하도록 도와준다.
"내가 사랑하는 요한씨! 하고 다정하게 불러주면 열심히 봉사하거든요. 60시간에서 120시간 이상 봉사명령을 받은 이들이 하루 4시간씩 3주 이상 봉사하고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곳에 와서 봉사하고 간 분들은 삶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각 대학 사회복지학과 실습생들도 성모의 집에 자주 봉사활동을 나오곤 한다. 한국전력연구원 사회봉사단(단장 박상덕)의 경우에는 정기적으로 성모의 집을 방문해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한달에 두번씩 둘째, 넷째주 금요일이면 어김없이 성모의 집을 찾는 이들은 청소와 설겆이, 음식 나르기 등을 도우며 세상의 빛이 되어 이웃에게 사랑을 전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글로리아 수녀는 이 일을 하면서 "우리 민족은 정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며 "사회가 아무리 각박해도 인정은 살아있음을 피부로 체감한다"고 했다.
"가난도 이웃과 나누는 마음, 따뜻함을 느끼는 마음들이 함께 하는 이 곳에서 일하면서 기쁨과 용기와 힘을 얻습니다."
글로리아 수녀의 해맑은 미소는 이 곳을 찾는 소외되고 굶주린 이들을 사랑의 훈기로 따사롭게 감싸주고 있었다.
/한성일 기자, 중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