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루카 1,45)
오소서 성령님 새로 나게 하소서!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루카 1,45), 성모님을 기억하는 성모 승천 대축일입니다. 주님의 말씀을 믿고, 주님의 말씀을 따라 사셨던 성모님의 믿음은 우리 신앙의 모범이시며, 희망으로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성모님의 믿음의 열매는 “행복하십니다”(루카 1,45)라는 고백 속에 담겨있으며,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성모승천을 통해 생생하게 드러납니다. 믿는 이에게 주어지는 행복이라는 희망의 의미를 묵상하며, 친애하는 형제자매님들과 오늘의 기쁜 의미를 나눕니다.
“예수님의 탄생 예고”(루카 1,26-38)에 관한 말씀을 통해 우리는 마리아와 요셉이 마주한 현실이 얼마나 두려웠을지 묵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진정 하느님께서 세상 속에서 우리와 함께하기를 원하시는 현실이었다는 것을 먼저 기억해야 합니다. 성모님께서는 하느님의 이 역사 가운데 믿음의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성모님의 고백은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는 믿음의 고백이었던 동시에 세상에 희망을 주는 믿음의 고백이었습니다. 성모님의 믿음의 고백을 통해 이 세상에 오신 하느님께서는 우리 구원이시며 희망이 되셨기 때문입니다.
성모님의 믿음의 삶은 성령으로 인한 잉태의 두려움 가운데서도,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의 고통 아래서도(요한 19,25), 주님의 제자들과 함께하는 삶에서도(사도 1,14) 계속되었습니다. 두려움과 고통 중에도 항구한 믿음의 삶은 그렇게 교회 안에서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까지 전해졌고, 모범이 되었으며 우리도 희망하는 삶이 되었습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성모님께서도 겪으셨던 두려움과 고통, 삶의 고단함이라는 것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나라와 나라가 갈라서고, 민족과 민족이 싸우며, 자신만을 위한 이익을 위해 내달리는 우리의 현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공동체적 신뢰와 약속은 무너지고, 피조물의 생명과 세상의 평화가 상실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전쟁의 두려움과 소외된 이들의 고통, 고단한 일상의 고뇌는 우리의 삶이면서 동시에 이웃의 현실이라는 것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특별히 올해 성모 승천 대축일은 광복 8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남북이 분열된 지 80년이 지났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 긴 세월에도 불구하고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오히려 뒷걸음질 치는 남북 분단의 현실 앞에 깊은 아쉬움과 슬픔을 느낍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는 오늘’이라는 것 또한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성모님의 모범을 따르는 우리들의 믿음의 삶과 그 열매인 희망은 우리를 계속해서 일으켜주고 하느님께서 주시는 은총으로 초대합니다. 두려움과 고통 속에서 끝까지 믿음의 응답을 이어가셨던 성모님의 삶을 바라봅시다. 그리고 이를 따라 믿음의 신앙을 고백하고, 평화를 지향하고 기도하며, 화해와 일치를 위한 노력 가운데 가장 가난한 이들을 먼저 돌보는 희망이 움트는 삶을 살도록 합시다. 그 가운데 하느님께서 여러분과 함께하실 것입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로마 5,5) 희년을 지내고 있는 우리는 하느님께서 이끄시는 기쁨의 여정 가운데 있습니다. “희망의 가장 탁월한 증언은 성모님에게서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의 희망은 삶의 현실 한가운데에 있는 은총의 선물임을 성모님을 통해 보게 됩니다.”(희년 칙서 24항) 성모님은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는 모든 신앙인들의 상징이며 이정표입니다. 성모님께서 지니셨던 마음, 성모님께서 겪으셨던 현실, 성모님께서 사셨던 믿음과 희망의 삶을 우리도 따라 살아갑시다. 우리 모두는 성모님처럼 살도록 창조되었으며, 성모님처럼 영혼과 육신이 함께 천상의 영광을 누리는 것이 최종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희년의 여정 가운데 성모님께서 우리를 위해 전구해 주실 것을 청하며, 성모 승천 대축일에 하느님께서 주시는 평화와 희망의 강복을 모든 형제자매님께 전합니다.
평화의 모후, 한반도의 평화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평화의 모후, 세계 평화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대전교구의 주보이신 루르드의 성모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2025년 성모 승천 대축일에
천주교대전교구 총대리 주교
한정현 스테파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