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57998
  • 글쓴이 : 관리자
  • 작성일 : 2021/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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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2021년 주님 부활 대축일 교구장 메시지

 

“정녕 주님께서 되살아나셨나이다!”(루카 24,34)

 

   사랑하는 대전교구 하느님 백성 여러분,
   주님의 부활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누군가의 환상이나 이념이 아니라 역사 안에 실제로 일어난 사건입니다. 주님께서 부활하시는 모습을 직접 본 사람은 없지만, 부활이 참되다는 증거는 이를 믿는 이들의 삶을 통해 드러납니다. 예수님 부활을 체험한 사도들의 변화된 삶이 이를 증언해 줍니다. 성목요일 밤, 두려움 속에 주님을 버리고 도망갔거나 부인했던 제자들, 성금요일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을 외면했던 제자들이었습니다. 그러나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고 체험한 후 죽음의 위협 앞에도 당당히 복음을 선포하고 순교하였습니다. 사도들의 이러한 부활한 삶의 증언을 반석 삼아 거룩한 교회 공동체가 세워졌습니다. 이러한 죽음과 부활의 삶은 2,0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똑같습니다. 이제는 우리의 삶이 부활을 증거가 되는증거하는 삶이 되어야 합니다. 아직도 죽음의 그늘 밑에 두려움과 절망 속에 사는 많은 이들이 부활이 주는 참된 생명에 대한 희망의 빛을 만나기를 바랍니다. 

   코로나19 가운데의 희망
   지난해 사순시기가 시작될 즈음 국내에 크게 창궐한 코로나19는 결국 올해 사순시기까지도 계속하여 우리에게 시련을 주었습니다. 코로나19로 어려움과 시련을 겪는 모든 이에게 부활하신 주님께서 특별히 함께해 주시기를 기도드립니다. 많은 이에게 코로나19와 함께 보낸 지난 1년 전체는 광야를 걷는 사순시기와도 같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사순 시기는 결국 부활을 향해 가는 과정입니다. 그리스도의 부활이 우리에게 주는 은총의 핵심은 희망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해 힘든 시간 안에서도 희망의 빛을 봅니다. 
   비가 내리는 텅 빈 베드로 광장에서 고통받는 온 인류를 위해 홀로 기도하시며 성광을 들어 올리시던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모습은 큰 위로와 희망을 주었습니다. 방역지침 준수로 어려운 여건 가운데에도 신자들의 영신을 돌보기 위해 온갖 창의적 노력을 기울이는 사목자들의 모습에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돕는 일에 동참하는 많은 이들의 손길 안에서, 그 외에도 크고 작은 구체적인 사랑의 행동 안에서 어떤 죽음의 힘도 물리칠 수 있는 희망과 부활을 보았습니다. 

   『모든 형제들』: 열린 형제애
   돌아보면, 과학기술의 발달로 오늘날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가까워졌고 세계화도 크게 진전되었지만 우리는 유례없이 고독하였습니다. 서로에게 무관심하였기 때문입니다. 가까이에서 또는 먼 곳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소식을 여러 매체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해 듣지만, 나와 직접 관련이 없으면 냉정하리만큼 무관심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처럼 온갖 이기주의적인 삶의 결과로 소통의 다리가 끊기고 분열된 세상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나 홀로” 극복할 수 없고, “이웃과 함께”여야만 극복할 수 있다는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즉, 이웃과 서로 소통하는 다리를 건설하지 않고는 평화롭게 살 수 없다는 매우 중요한 가르침을 준 것입니다. 이러한 중대한 도전에 직면한 세상과 교회를 향해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사회 회칙 『모든 형제들』을 통해 모든 문제의 해결책으로 형제애를 제시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 강조하시는 형제애는 물리적 근접성을 뛰어넘어 출생지나 거주지의 구애 없이 모든 사람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사랑하는, 열린 형제애입니다(『모든 형제들』1항 참고). 회칙에서 교황님께서는 루카 복음의 비유(루카 10,25-37 참조)에 등장하는 착한 사마리아인을 열린 형제애의 모범으로 제시하셨습니다. 그리고 인류가 겪는 고통과 상처 앞에서 유일한 탈출구는 착한 사마리아인과 같이 되는 길뿐이라고 말씀하십니다(『모든 형제들』67항 참고).

   형제애의 구체적인 실천: “백신 나눔 운동”
   루카 복음에 등장하는 착한 사마리아인이 보여준 형제애는 말만이 아닌, 이웃에 대한 연민과 구체적인 행동으로 드러나는 사랑이었습니다. 그는 강도를 만나 초주검이 되어 길에 쓰러져 있는 이를 보고 즉시 다가가 상처를 싸매고 돌보았으며 이후 회복의 과정에도 정성을 기울였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이들이 고통을 겪는 오늘날, 세상이라는 길 위에는 다친 채 쓰러져 있는 수많은 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상처를 착한 사마리아인과 같은 형제애로 보살피는 삶을 본받아, 우리는 가장 구체적이고 지역적인 차원에서 시작하여 나아가 온 나라로 또 세상 끝까지 나아갈 수 있습니다(『모든 형제들』 78항 참고). 이렇게 구체적으로 형제애를 실천하고 “성 김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의 정신을 실현하고자 저는 가난한 나라의 어려움에 부닥친 형제들이 코로나19를 벗어나도록 돕기 위한 “백신 나눔 운동”을 시작하였습니다. 많은 분이 그 취지에 공감하고 참여하고 있으며, 착한 뜻을 지닌 시민들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정성을 모아 보내드린 성금을 받으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대전교구 하느님 백성의 노력에 대한 감사와 기쁨의 마음을 담아 특별한 축복의 메시지를 보내주셨습니다. 이처럼 우리 교구에서 시작한 뜻깊은 백신 나눔 운동을 한국 천주교 전체의 운동으로 펼치기로 지난 춘계주교회의에서 결정하였습니다. “백신 나눔 운동”은 “성 김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전개될 것이며 여러분들의 더욱 많은 관심과 참여가 있기를 바랍니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의 은총
   우리는 작년 11월 29일 대림1주일부터 시작된 은총의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을 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희년이 시작되는 날 “해미순교성지가 국제성지로 선포되는 교령”(DECRETUM, 문서번호 ST/872020/P, 교황청‘새복음화촉진평의회’장관 살베토르 피지켈라 대주교)이 교황청으로부터 발표되는 큰 선물도 있었습니다. 이는 지난 교구 시노드의 근본정신 중 하나였던 순교 영성을 우리의 삶 가운데 실현하기 위한 매우 좋은 기회입니다. 김대건 신부님을 비롯한 자랑스러운 우리의 순교자들은 하느님께 대한 굳은 믿음을 사셨던 분들이십니다. 일례로 김대건 신부님께서는 초라한 나무배에 의지한 채 중국과 조선을 오갈 때, 폭풍우가 치는 바다 한가운데에서도 성모님의 상본 하나에 의지하며 물러섬 없이 항해하셨습니다. 이처럼 김대건 신부님은 늘 신앙과 삶이 일치하였고, 순교의 월계관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신앙의 단순함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덕목입니다. 이런저런 조건들을 따지며 신앙 따로, 삶 따로인 모습으로는 결코 부활하신 주님을 만날 수도, 증거할 수도 없습니다. 오늘의 인류가 간절히 필요로 하는 참된 생명에 대한 희망을 삶으로 증거할 용기와 지혜를 성 김대건 신부님을 비롯한 순교자들의 삶 안에서 찾고 받아들이는 은총의 희년이 되길 바랍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함께 꿈꾼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합니까! 혼자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들, 곧 신기루만 볼 위험이 있습니다. 꿈은 함께 이루는 것입니다.”(『모든 형제들』 8항)라는 말씀처럼 부활의 희망에 대한 아름다운 꿈을 세상 모든 이가 함께 꾸고, 함께 이룰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를 위해 우리는 부활의 증거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는 화려한 미사여구가 아니라 작지만 따뜻한 사랑이 담긴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기억합시다. 
   다시 한번 주님의 부활을 축하드리며 여러분 모두에게 부활하신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가 함께 하길 기도합니다. 
   “정녕 주님께서 되살아나셨나이다!”(루카 24,34)

2021년 4월 4일 예수님 부활 대축일에

천주교 대전교구장 주교 유흥식 라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