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화문 시복미사를 다녀오며
79세의 고령이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여름휴가도 반납하신 채 한 여름의 불볕더위도 아랑곳 하지 않으시고 대한민국에 오셨습니다.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약 5만 명의 신자가 운집한 가운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셨고, 다음 날엔 광화문 광장에서 약 80만명이 운집한 가운데 124위 순교자들의 시복미사가 엄수되었습니다. 행복하게도 광화문 그 현장에서 교황님을 뵙고 미사에 참례할 수 있도록 선택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새벽 2시반 노은동성당을 출발하여 사람과 차량이 뒤엉켜 있는 경복궁역 하차지점에서 우리에게 배정된 B3-4구역까지 무사히 도착한 것에 감사기도를 드리고, 200년 전 순교자들의 피와 고통과 슬픔을 재연한 영상물을 시청하면서 오늘날 우리의 이 편한 신앙생활을 허락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었고, 행복한 마음으로 현실에서의 순교신앙을 생각해 봤습니다.
현실에서의 순교란 무엇인가?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에 대하여 어느새 우리는 잊어져 가고 있었습니다. 가난한 자를 위한 우선적 선택을 말씀하실 때도 우린 그냥 흘려들었습니다. 중증장애인을 만나시고 엄마에게 버림 받은 세 살짜리 뇌성마비 아기 입에 손가락을 대주시며 인자하게 웃으시는 교황님의 모습을 그냥 흐뭇한 미소로 대하기만 했습니다. 위안부 할머니와 실향민, 새터민, 납북자 가족, 해고 노동자, 강정마을 주민, 밀양 송정탑 건설 예정지역 주민, 용산참사 피해자 등등....
우리 곁엔 이토록 위로하고 배려해야할 이웃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백색순교! 그렇군요. 그들의 고통과 억울함에 귀 기울여 관심 갖고 함께하는 것이 현실을 사는 크리스쳔의 모습이었군요.
"너희 중에 가장 보잘 것 없는 이 하나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마태25,40)
시복미사는 장엄했고 거룩했으며 한없는 은총 속에 124인의 복자들을 만날 수 있는 참으로 은혜로운 시간이었습니다. 모든 미사를 마치고 귀가하는 많은 교우들의 얼굴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 참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주님!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풍성한 축복을 내려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