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02_주님 만찬 성목요일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는
사순 시기를 마치고,
성삼일로 들어가는 첫 관문이라
그 울림이 깊이가 다릅니다.
사순시기 내내 닫혀있던
소리의 문이 사제께서
"하늘 높은데서는 하느님께 영광“
선포하시면 일순간에 열립니다.
맑은 종소리와 구슬픈 방울 소리가
한데 어우러지고, 그 위를 덮는
장엄한 오르간의 선율까지
어우러져 거대한 울림으로
성전 안을 가득 채워 귀에
머물지 않고 심장 가장 깊은 곳에
묵직하게 내려앉습니다.
이 화려하고도 벅찬
찬미가 끝나면 이제 모든
악기 소리는 부활 성야까지
다시 깊은 침묵 속으로
잦아들 것입니다.
주님의 수난을 앞둔
마지막 축제 같았던
그 강렬한 소리들이
지금도 가슴 속에서
긴 여운으로 남아 출렁입니다.
마치 "이 소리들을 기억하며
며칠간의 고요를 견뎌내라"는
주님의 당부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미사 중 재현되는
‘발씻김 예식’에서
낮추어 사랑하신 그 발 앞에 머물며 겸손에 집중하시는
정병선 F.하비에르 주임 신부님의
손길에서 스승이자 주님이신 분의
겸손과 사랑을 봅니다.
진정한 사랑은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는 것임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주님께서
당신의 몸과 피를 내어주신
성체성사의 제정을 기념하는 오늘,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주는 내 몸이다“
이 말씀이 여느 때보다
무겁고도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미사가 끝나고, 낮은 노랫소리와
짙은 향만이 가득한 성전 안에서
연기를 따라 성체 이동 행렬이 시작됩니다.
마치 겟세마네 동산으로 향하시는
예수님의 마지막 모습을 따르는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합니다.
"'나와 함께 단 한 시간도
깨어 있을 수 없느냐' 하셨던
주님의 말씀이 성체 이동 내내 귓가에
머물러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성체가 떠나가신 제대는
마치 심장이 멈춘 몸과 같습니다.
늘 그 자리에 계셨던 주님의 온기가
사라진 자리를 마주하며
그분의 부재가 이토록 차갑고
시린 것임을 온몸으로 체감합니다.
화려한 장식도,
향기로운 꽃도 치워진 채
홀로 남겨진 제대는
마치 세상의 모든 짐을 지고
홀로 떠나신 주님의 뒷모습 같아
마음이 시큰거립니다.
글,사진 : 홍보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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