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생명 주일 담화
5월 1일은 생명, 특별히 인간 생명의 신비를 경축하고, 그 소중함을 되새기며, 보호할 것을 다짐하는 생명 주일입니다. 교회는 제12회 생명 주일을 맞아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든 ‘죽음의 문화’를 직시하면서 생명 존중과 보호에 앞장서는 사회를 함께 만들어 가기를 호소하고자 합니다.
1. 교회는 인간 생명을 소중한 부부 사랑의 결실이요, 하느님의 선물로 여깁니다. 인간 생명은 결코 인간 자신이 주인이 아닙니다. 교회는 언제나 ‘수정되는 순간부터 자연사에 이르기까지 인간 생명을 결코 함부로 훼손해서는 안 된다.’(「생명의 복음」, 63-64항 참조)는 것을 변치 않는 진리로 가르칩니다. 그러나 우리는 다른 모든 것에 앞서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할 인간 생명이 곳곳에서 위협받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4. 생명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가정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사회에 활력을 주는 기본 세포인 가정은 생명을 전달하고 양육하는 사랑의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다양한 가족 형태를 보호하고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이른바 ‘건강 가정 기본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4차 건강 가정 기본 계획은 ‘비혼 동거’와 ‘사실혼’을 법적 가족 개념으로 폭넓게 확대하고 있으며, 이는 나아가 동성혼의 합법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비혼 동거나 사실혼 관계에 있는 이들이 정부의 복지 혜택에서 소외되어도 안 되지만, 가족 개념 자체를 확대, 변경함으로써 야기되는 혼란을 간과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5. 교회는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부부의 사랑이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 주는 표지, 곧 성사라고 가르칩니다. 그러나 개인의 선택과 자유에 기반한 ‘건강 가족 기본 계획’은 부부 일치와 사랑, 자녀 출산과 양육이라는 가정의 고유한 개념과 소명을 훼손할 여지가 큽니다. 이는 부부 관계를 상호 사랑과 헌신이 아니라, 개인적 취향이나 욕구 충족의 대상으로 쉽게 변질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가정의 해체와 생명 경시 풍조로 이어질 우려가 크기에, 다시 한번 모든 가정에 호소합니다. 가정이 본연의 자리를 되찾아 생명과 사랑의 보금자리가 되도록 힘을 쏟아 주십시오.
6. 죽음을 앞둔 말기 환자들이 고통을 줄이고자 의사나 간호사 등 외부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보도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존엄사’ 또는 ‘안락사’라고 부르는 조력 자살은 ‘고통은 참을 수 없는 좌절’이라 여기고, ‘삶의 가치를 오로지 쾌락과 안락을 가져다주는 기준에서만 평가하는 경향’에서 기인합니다. (「생명의 복음」, 64항 참조). 그러나 이는 ‘죽음을 선택할 권리’ 또는 ‘고통을 줄여 주는 자비’라고 미화하더라도 명백한 살인 행위입니다. 교회는 생애 말기의 환자들이 평안하고 인간다운 임종을 맞도록 도와주는 호스피스·완화 의료를 권장합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호스피스·완화 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 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 시행 중입니다. 그러나 호스피스·완화 의료 대상이 일부 환자들에 국한되어 있고 호스피스 시설과 제도적 장치도 매우 제한적입니다. 호스피스·완화 의료의 대상 범위를 확대하고 시설과 제도적 장치를 확충하고자 더욱 힘써 줄 것을 정부 당국에 요청합니다.
2022년 5월 1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위원장 문 희 종 주교
[내용출처 - https://cbck.or.kr/]
[해당 부분을 어문 저작물, 음향·영상물, 컴퓨터 데이터, 기타 저작물 등에 인용할 때에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 저작권 사용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