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726
  • 글쓴이 : 관리자
  • 작성일 : 2015-03-19 10: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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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사고 4주기를 맞으며

후쿠시마 사고 4주기를 맞으며

2015년 3월. 전 세계는 4년 전 지진과 쓰나미 여파로 발생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기억합니다. 30년이라는 설계 수명이 지난 월성 1호기의 연장 허가를 둘러싼 불안과 불신에 휩싸여 있는 우리에게 4주년은 더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사회 각층 뿐 아니라 교회 내부에서도 월성 1호기의 폐쇄와 핵발전 반대를 주장하는 의견이 강하게 대두되고, 서로의 입장차이만 확인한 채 불신과 불안의 골만 깊어가는 상황입니다. 이에, 오늘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월성 1호기의 재가동 허가와 관련한 작금의 논쟁과 사태를 마주하며 사회 안전과 안정의 증진과 상호 신뢰성 회복을 희망하며 정부와 관련 기관 그리고 정치인과 활동가들께 드리는 성명을 발표합니다.

후쿠시마 사고 발생 후 4년이 지난 현재까지 세계 각국에서 핵발전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가톨릭교회는 과학 기술의 발전이 인류에게 안겨준 수많은 선물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또한 현실과 동떨어져 경제성을 무시하기를 주장하지 않으며, 그간의 핵발전을 통한 전기 공급이 한국 사회의 발전에 안겨준 기여를 부정하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가톨릭교회 내에서도 지역별로 대응하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가장 직접적으로 관련된 일본 교회뿐만 아니라 캐나다와 독일 교회가 핵발전소가 환경에 미칠 피해와 안정성에 입각하여 장기적인 시점을 두고 핵발전소 폐쇄를 주장해 왔으며, 독일 정부는 2022년부터 핵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탈핵 선언을 하였습니다.

한국 가톨릭교회가 현안인 월성 1호기의 재가동 허가를 바라보는 시점은 위의 내용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월성 1호기의 경우, 시급성이나 문제의 본질이 다른 지역의 문제와 상이하므로 대처하는 자세도 다를 뿐입니다.

월성 1호기를 둘러싼 논쟁과 갈등은 전 국민을 불안과 불신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인 경기 불황과 국내의 산적한 문제로 인해 불안과 불만이 쌓여있는 시점에서 자극적이고 불합리한 불안 증진은 국민 그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신뢰는 사회가 안정적으로 발전하고 성장하는 영양제와 같은 요소입니다. 우리 사회는 성장 중심의 정책을 통해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이적인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원칙과 신뢰를 중시하는 일을 등한시하였고 불안과 불신이 그 뿌리를 깊게 박았습니다. 세월호 비극을 포함한 각종 사고들이 안이한 우리의 안전중시태도와 불량한 양심의 결과를 분명히 보여줍니다.

우리는 불신으로 인한 결정과정의 지연이 야기하는 비효율성과 비경제성을 분명히 보아야 합니다. 원전마피아로 불리며 국민을 불안으로 몰아간 원전비리사건이 현재의 불신을 증폭시켰고, 합의를 지연시키고 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개인과 사회 전체가 각자의 자리에서 환골탈태의 정신으로 다짐하고 변화해야 합니다. 다소 경제적인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원칙을 바로잡고 철저하게 준수하는 자세를 지니도록 다짐하고, 각종 규제를 강화하여 불법과 편법을 방지하고 안정성과 투명성을 강화시켜야 할 시점에 서 있습니다.

핵발전소 재가동과 관련한 심의 과정은 전문적 지식이 요구되는 사안인 만큼 교회가 안정성 심의 과정이나 법률준수 여부에 관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행동일 것입니다. 전문가의 영역은 전문가들이 소신과 양심을 가지고 판단할 수 있도록 국민 전체가 신뢰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시점입니다. 논란 중에 있는 사안과 관련하여 어느 한쪽의 주장만 큰 목소리로 강조하여 분열을 자극하기 보다는 합리적이고 철저한 자료에 근거한 대화, 각 분야 전문가들의 지속적인 논의와 활동을 통해 문제 해결에 다가가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를 포함한 관련 전문가들과 기관에 촉구합니다. 모든 규제가 주민의 안전에 최우선적 고려를 둔 규제라는 믿음을 회복하고, 투명성과 민주성에 입각하여 모든 정보를 있는 그대로 공개하고 함께 대책을 마련하여 운영의 동반자로 만들고자 하는 자세로 국민에게 다가서기를 바랍니다.

또한 정부에게 촉구합니다. 미래 세대와 지역 주민의 안전을 감안하여 국민적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21세기 신에너지 체계의 구축과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사용 후 핵연료 관리 정책까지 신중하고 철저하게 미리 준비하기를 촉구합니다. 그 무엇보다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안정감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환경 단체 및 정치인들에게 분위기 조성과 행동 개시 이전에 충분한 논의와 대화, 그리고 합의를 위한 노력을 경주해주시기를 호소합니다. 사회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파악된 문제는 좌절과 비난의 시점을 의미하기보다 반성과 도약의 기회를 의미할 수 있습니다. 상호 비난하고 좌절하는 사회적 분위기보다 우리 민족과 사회가 지닌 강점을 확인하고 긍정적인 시각으로 문제를 하나씩 철저하게 고쳐가는 자세를 모범적으로 보여주기를 청합니다.

광복 70주년을 맞이하는 2015년은 우리 민족의 위기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합리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로 위험을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만든다면 한강의 기적은 물거품이 되지 않고, 세계사에 남을 인류의 희망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민 한 사람 한사람이 각자의 자리에서 원칙과 양심을 지키고 정부와 국가 기관은 원칙을 지키는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안정한 사회를 만들어, 모두 함께 투명한 사회를 기대하며 발전한 내일을 맞이하기를 희망합니다.


2015년 3월 11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유흥식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