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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관리자
  • 작성일 : 2017-03-23 01: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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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 교황 선출 기념 미사 주한 교황대사 강론(2017.03.22 명동성당)

2017년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
교황 선출 기념 미사 주한 교황대사 강론
(2017년 3월 22일, 주교좌 명동대성당)
 

주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 

한국의 주교님들을 비롯한 가톨릭 공동체와 더불어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위하여 기도할 수 있는 것은 저에게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이로써 주님께서 끊임없이 교황님께 교회를 이끌 빛과 복음의 충실한 일꾼이 될 수 있는 힘을 주실 것입니다.
 
주한 교황대사관의 제 사무실에는 사진이 하나 걸려 있습니다. 그 사진은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 선출일인 2013년 3월 13일에 관한 『로세르바토레 로마노』 지 특별판에 실렸던 것입니다. 거기에는 “하베무스 파팜 – 조르지움 마리움 베르골리움 – 퀴 시비 노멘 임포수이트 – 프란치스쿰”이라고 쓰여 있으며, 이는 번역하면 “우리는 교황님을 얻었습니다. 그분은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이시며, 자신의 이름을 프란치스코로 정하셨습니다.”입니다.

지난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한국에 오셨을 때에, 매우 이른 아침에 교황대사관의 제 사무실에 오셨습니다. 그때 저는 외교부의 요청에 따라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여권 세부 사항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교황님의 입국이 출입국 관계 당국에 신고되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교황님께서 여권을 가지고 제 사무실에 들어오셨을 때, 그 『로세르바토레 로마노』 지 사진을 보셨습니다. 그분께서는 미소를 지으시며, 이탈리아 말로 “에코미”, 곧 “제가 여기 있습니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때 저는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 말씀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여기 있습니다.’라는 말은 복되신 동정녀께서 가브리엘 천사에게 하신 것이기도 합니다. 또 사제 서품식 때에 모든 사제가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자신을 교황으로 선출한 추기경님들 앞에서, 교회에 봉사하고자, 그리고 여러분 모두를 그리스도께로 인도하고자 “제가 여기 있습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날 교황님께서는 이곳 한국에서, 저의 사무실에서 이 말씀을 하셨습니다. “제가 여기 있습니다.”

우리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이름과 말씀과 몸짓과 행동을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과 연결시켜 왔습니다. 12세기 후반의 어느 날, 훗날 프란치스코라 불릴 젊은 조반니 디 피에트로 디 베르나르도네는 아시시 근교의 무너져 가는 성 다미아노 성당의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께서 이렇게 호소하시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가서 내 교회를 고쳐라.” 아시시의 프란치스코의 사명은 단지 아시시에 있는 성당 건물을 고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사명은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교황 직무로 이어받으시려는 보편적 사명과 동일한 것으로 보입니다. “가서 내 보편 교회를 고쳐라.”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깊이 있는 행동들은 놀라움을 자아냅니다. 아우슈비츠에서 바치신 조용한 기도, 이민들과의 극적인 만남, 비그리스도교 종교 지도자들과의 만남, 영향력 있는 세계 지도자들과의 만남, 그리고 대조적으로, 병든 이들을 안아 주시고 축복해 주시는 따뜻함, 가난한 이들과 집 없는 이들과의 진심 어린 만남과 연대 등이 그러한 놀라움을 자아냅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겸손하게 자신이 평범한 사람, 평범한 사제로 묘사되기를 바라십니다. 그런데 그분의 행동으로 보아 그분은 참으로 평범한 분이실까요?

  - 그분은 교황 선출일 밤에 저녁 식사를 위하여 추기경들을 따라 줄을 섰던 교황님이십니다.
  - 그분은 콘클라베에 들어가시기 전에 머무르셨던 숙소에 숙박료를 지불하시러 나중에 찾아오셨던 교황님이십니다.
  - 그분은 서울에 머무르시는 동안 존경스럽게도 소형차 기아 소울을 타기를 선택하셨던 교황님이십니다.
  - 그분은 특별한 때에 아침 식사나 점심 식사를 함께하시고자 집 없는 이들을 초대하십니다.
  - 그분은 한국에 계실 때에, 교황대사관에서 식사를 마치신 뒤 주방에 가셔서 당신이 교황 대사관에 머무시는 동안 모든 음식을 준비해 준 미리내 성모성심수녀회 수녀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셨습니다. 수녀님들은 축복을 받았다고 느꼈고, 자신들이 모두 운이 아주 좋았다고 이야기합니다.
  - 저는 교황님께서 한국에 계실 때 그분의 생활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분은 새벽 4시에 일어나셨습니다. 그리고 에스프레소 커피를 몸소 만들어 드신 다음에, 이른 아침 내내 경당과 서재에서 강론들을 준비하셨습니다.
  - 그분은 비서, 운전기사, 정원사 그리고 청소 담당 직원들 모두에게 인사하셨고, 고마움을 표현하셨습니다.
  -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고해성사를 주시러 고해소에 앉아 계시는 교황님을 보고는 많은 사람이 놀랍니다. 그러나 교황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교황은 성사들을 집전하면 안 됩니까?”
  - 2014년 한국에서 그분은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고등학생의 아버지에게 세례성사를 베푸셨습니다. 그 아버지는 대전 월드컵 경기장에서 교황님을 만났을 때 세례를 청한 분입니다. 그 세례는 이른 아침에 교황대사관 경당에서 이루어졌습니다.
  - 2014년 꽃동네에서 교황님께서는 한국의 수도자들에게 만나는 시간을 한 시간 이상 늦추어 줄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한 수도자는 강하게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시간 부족으로 그들의 저녁 기도를 취소하여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교황님께서는 버림받은 장애 아동들, 병자들, 노인들의 고통을 함께 느끼셨고, 참으로 그들과 한 시간 더 함께하고 싶으셨기에, 남녀 수도자들에게 오랫동안 기다리게 하는 것에 대하여 용서를 청하셨습니다.

그분의 말씀으로 보아서는 어떻습니까? 그분은 참으로 평범한 분이실까요?

  -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담대함, 용기, 자유, 개방성, 진실함 그리고 사랑으로 말씀하십니다. 가톨릭 신자가 아닌 어떤 대사님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였습니다. “교황님의 말씀이 제 마음에 울립니다.” 교황님께서는 모든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십니다.
  - 그러나 그분은 또한 교회 권위를 지닌 이들에게 강한 어조로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 당시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 바리사이파와 사두가이파에게 강한 어조로 말씀하셨던 것처럼 그렇게 하십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눈에는 “성직주의의 해악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그분은 예수님의 말씀으로 새로운 바리사이파와 사두가이파에게 엄중히 경고하십니다. “세리와 창녀들이 너희보다 먼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간다.”
  -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교황청의 관료주의자들”에게도 강한 어조로 말씀하셨습니다. 권위는 교회 안에서 겸손하게 행사되어야 하며, 온정이 넘치고 자비로워야 합니다.

그분의 행동과 말씀을 보고 들었기에, 우리는 다시 질문할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평범한 분이실까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과 행동을 지켜보는 일부 사람들은 의심과 두려움과 충격에 빠져 이렇게 묻습니다. “그분은 지금 무엇을 하시는 겁니까?” “개혁에 관한 그분의 ‘새로운 생각들’이 교회를 재난과 파괴로 이끌고 있습니다!”라고 그들은 불평합니다.

다른 한편, 미소 지으며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우리는 참된 변화를 보고 있습니다! 그분은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입니다.” 이탈리아 말로 “피날멘테 아비아모 우나 벨라 리볼루치오네!”, 곧 “지금 우리는 아름다운 혁명을 일으키고 있습니다!”입니다.

영국의 가톨릭 작가 길버트 체스터턴에 따르면, 혁명은 하나의 점에서 출발하여 동일한 점으로 돌아와 끝나는 원 운동이라고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우리가 바로 그 교회의 근본 지점, 곧 예수 그리스도께로 돌아가기를 바라십니다. 교황님께서 교회에 바라시는 개혁들은 아시시, 로욜라, 만레사, 또는 심지어 로마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분의 개혁은 베들레헴, 나자렛, 나인, 엠마오, 타볼 산, 갈릴래아, 예루살렘에서 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당신의 교황 사명을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과 메시지에 확고한 토대를 두고 계십니다. 그분께서는 우리 모두를 바로 그 믿음의 근원으로 이끄심으로써 교회를 개혁하고자 하십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우리 모두에게 “탈리타 쿰!”, 곧 “일어나십시오!”라고 말씀하시며,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처럼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걸음으로써 그분의 인격과 신비들을 더 잘 깨달으라고 말씀하십니다.

교황님으로서 그분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자비입니다. 그분께서는 교황님이 되시고 3일 뒤에 다음과 같이 매우 분명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조그만 자비가 세상을 덜 냉정하고 더욱 정의롭게 만듭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자비를 올바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자비로운 아버지께서는 참으로 인내로우십니다”(2013년 3월 17일). 하느님의 이름은 자비입니다.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Amoris Laetitia)의 기본 토대는, 혼인한 부부를 비롯하여 인간관계에서 고통받고 있는 모든 이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과 연민에 대한 기쁨의 표현인 자비입니다. 교황님께서는 첫 권고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의 대상이요 도구가 되는 기쁨을 우리에게 가르치십니다.

끝으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2014년 한국을 방문하신 지 약 한 달 뒤에 저는 로마의 그분 집무실에서 교황님을 뵈었습니다. 그분은 한국 방문을 매우 생생하게 기억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는 한국 방문이 자신에게 특별한 기쁨이었다고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셨고, “저는 한국 국민들과 저의 기쁨을 나누었습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참으로 한국 교회가 그 기쁨의 기억을 마음속에 변함없이 간직하기를 바라셨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평범한 분이 아니십니다. 그분은 참으로 하느님의 사람이십니다. 우리도 일어나서 기뻐하십시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우리에게 예수님께로 되돌아가라고 요청하시기 때문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