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1329
  • 글쓴이 : 관리자
  • 작성일 : 2020-02-07 09:3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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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비밀문서고’에서 ‘바티칸사도문서고’로의 명칭 변경에 관하여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자의 교서

‘바티칸비밀문서고’에서 ‘바티칸사도문서고’로의 명칭 변경에 관하여


역사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의 모든 기관은 최상의 후원으로 힘차고 굳건하게 발전을 희망하며 설립되지만, 필연적으로 세월의 영향을 받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충실하게 본분을 지키고 본래의 이상적 목표를 계속 추구하려면, 모든 기관은 그 고유한 특성을 변화시킬 필요성이 아니라, 영감을 주는 가치를 다양한 시대와 문화에 불어넣고 때로는 편의와 필요에 따라 쇄신할 필요성을 절감합니다.

4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바티칸비밀문서고(Archivum Secretum Vaticanum)도 그러한 불가피한 상황을 피할 수 없습니다. 바티칸비밀문서고는 방대하고 중요한 문서 유산을 보관하고 있으며 이는 가톨릭 교회와 보편 문화를 위하여 너무나 소중하기에, 교황님들께서는 이 문서고에 늘 관심을 가지고 주의를 기울이셨습니다.

교황청 문서고(Archivum Pontificiae)는 교황궁무처(Camera Apostolica)와 (이른바 ‘비밀 도서관’[Bibliotheca secreta]이라 하는) 사도 도서관(Bibliotheca Apostolica)의 문서 기록의 핵심에서 비롯되어 1610년과 1620년 사이에 설립되었으며, 17세기 중반 즈음에 ‘바티칸비밀문서고’라 불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문서고는 교황궁 안에 자리 잡고 시간이 갈수록 놀라운 성장을 이루어 나갔습니다. 또한 설립 직후부터 교황님을 비롯하여 교황궁무처장 추기경, 문서고 관장 추기경 그리고 유럽 전역과 전 세계 도서관장의 문서 요청에 응답하였습니다. 1881년부터 바티칸비밀문서고는 각국 연구자들에게 공식 개방되었습니다. 17세기에서 19세기 사이에 많은 학술 작품이 발표될 수 있었던 것도, 역사가들이 바티칸비밀문서고의 책임자들과 관리인들에게서 받은 진정하고 충실한 기록본의 도움 덕분이었습니다. 저명한 독일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고트프리트 빌헬름 라이프니츠도 바티칸비밀문서고를 이용하였고 1702년에는 바티칸비밀문서고를 가리켜 어느 모로는 ‘유럽의 중앙 문서고’로 볼 수 있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바티칸비밀문서고는 레오 13세 교황님 때부터 우리 시대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교회와 문화와 학자들에게 오랫동안 제공해 온 이러한 서비스 덕분에 언제나 호평과 인정을 받으며 점점 더 성장해 왔습니다. 이는 참조용 문서 자료를 점진적으로 ‘개방’하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2020년 3월 2일부터 이 문서고 개방을 비오 12세 교황님 재위 때의 문서까지 확대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또한 이 문서고를 이용하여 어느 모로든 연구에 도움을 받는 학자들이 날마다 증가하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교회와 문화의 측면에서 이 가치 있고 소중한 서비스는 역대 교황님들의 뜻에 잘 부합하는 것입니다. 교황님들께서는 시간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방대한 문서고 안에서 이루어지는 역사 연구를 증진하셨고, 이를 위하여 문서고 관장 추기경님들 또는 임시 책임자들의 제안들을 받아들여 직원들을 충원하고 대중 매체와 신기술 장비도 갖추어 나갔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바티칸비밀문서고는 체계적으로 계속 성장하며, 늘 교황님들의 가르침과 지침을 충실히 지키면서 언제나 사명감을 가지고 교회와 문화계에 봉사해 왔습니다.

그러나 어떤 측면은 시대에 맞게 쇄신하여 이 문서고 사명의 교회적 문화적 목적들을 재천명하는 것이 더 유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 측면은 바티칸비밀문서고의 기관명 자체와 관련됩니다.

앞서 강조하였듯이, 바티칸비밀문서고는 교황의 비밀 도서관에서 생겨났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교황이 더욱 각별히 소유하고 직접 관할하는 법률 규약들과 문서들을 보관하는 서고에서 생겨난 것입니다. 이 문서고는 처음에는 간단히 ‘새 문서고’(Archivum novum)였다가, ‘사도 문서고’(Archivum Apostolicum)로, 그리고 또다시 ‘비밀 문서고’(Archivum Secretum)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비밀 문서고’라는 용어가 사용되었음을 입증하는 첫 자료들은 1646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기관의 고유 명칭에 포함되어 지난 몇 세기 동안 사용된 비밀이라는 말은 바오로 6세 교황님의 뜻을 반영한 것이기에 정당하게 받아들여졌습니다. 1610-1612년경에 바오로 6세 교황님께서 바라신 새 문서고는 다름 아니라 교황에게 유보된 별도의 사적인 문서고였습니다. 이후 역대 교황님들께서도 이 문서고를 이렇게 정의하셨고, 오늘날 학자들도 아무 문제 없이 그렇게 정의 내리고 있습니다. 더욱이, 이러한 정의는 여러 군주와 영주의 궁정 내에서 유사한 의미로 널리 통용되고 있었습니다. 이들의 문서고는 바로 비밀 문서고로 정의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라틴어와 그 파생 언어들의 긴밀한 관계에 대한 인식이 아직 남아 있던 때까지만 해도, ‘비밀 문서고’라는 이 명칭을 설명하거나 심지어 이 명칭에 대해 해명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점진적으로 어의가 변화되고, 이러한 변화가 정도 차이는 있지만 현대 언어들 그리고 여러 나라의 문화와 사회적 감수성 안에 반영되어 나타나면서, 바티칸 문서고 옆에 붙어 있는 ‘비밀’이라는 말은 곡해되기 시작하였고, 모호하고 부정적이기도 한 어감을 띄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비밀’이라는 말의 참의미가 상실되고, 그 가치가 자연스럽게 현대어 ‘기밀’의 개념과 연결되었습니다. 이로써, 일부 지역과 환경에서, 심지어 문화적으로 중요한 곳에서도, 드러내지 말아야 하고 소수에게만 유보된 것이라는 편견을 주는 기밀의 의미로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이 모든 것은 바티칸비밀문서고가 그동안 계속 지녀온 본질과 취지에 정반대되는 것입니다. 성 바오로 6세 교황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바티칸비밀문서고는 역사 안에서 주님께서 이루신 위업의 ‘반향과 흔적’을 보존하는 곳입니다(󰡔바오로 6세의 가르침󰡕, I(1963), 614면 참조). 그리고 교회는 “역사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하느님께서 역사를 사랑하시듯, 역사를 사랑하고 더더욱 사랑하고자 합니다”(바티칸비밀문서고 임원들에게 한 연설, 2019.3.4., [로세르바토레 로마노] 2019.3.4-5., 6면).

최근 수년 간 몇몇 존경받는 고위 성직자들 그리고 가까운 협력자들의 청원을 받고, 해당 바티칸비밀문서고 장상들의 견해도 들어, 저는 이 자의 교서를 통하여 다음과 같이 결정합니다.

지금부터 바티칸비밀문서고는 바티칸사도문서고(Archivum Apostolicum Vaticanum)라 부른다. 단, 그 정체성과 구조와 사명은 조금도 바뀌지 않는다.

이 새 이름은, 교회와 문화에 봉사하고자 하는 바티칸사도문서고의 생생한 열의를 재천명하면서, 베드로 직무의 필수불가결한 도구인 이 문서고와 교황청 사이의 긴밀한 유대를 명백히 드러내는 동시에, 이미 바티칸도서관의 명칭에서도 드러나 있듯이 이 문서고가 로마 교황 직속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본인은 이 자의 교서를 일간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L’Osservatore Romano)에 게재하여 발표하고, 발표 즉시 효력을 가져 성좌의 공식 문서들에도 바로 적용하도록 결정합니다. 또한 [사도좌 관보](Acta Apostolicae Sedis)에도 수록하도록 명령합니다.

로마 성 베드로 좌에서
교황 재위 제7년
2019년 10월 22일

프란치스코 

첨부 :
자의교서_바티칸비밀문서고 명칭 변경.hwp